이찬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전 금융 업권과 연쇄 회동을 열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 이슈가 제기되고 있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제외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국의 정책을 전달하고 건의 사항을 듣는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은 과도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 원장은 30일 서울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두나무·코빗·코인원 등 가상자산 사업자와 간담회를 열었으나 국내 2위 가상자산거래소인 빗썸 측은 불참했다.
이를 두고 금융 당국과 빗썸 사이에 흐르는 불편한 기류가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빗썸은 당국의 경고에도 ‘코인 대여’ 서비스를 지속했고 이달에는 해외 거래소와 오더북(호가창) 공유를 하면서 자율규제 및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논란에 휩싸여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소환된 바 있다.
앞서 297만 명의 고객 정보를 유출해 물의를 빚은 롯데카드도 이달 16일 여신 업계 간담회의 최종 명단에서 빠졌다. 당초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는 간담회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피해 현황 조사 및 복구를 병행하는 상황에서 부담을 느끼고 불참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달 1일 보험 업계 간담회에도 후순위채권 콜옵션 행사 문제로 금융 당국에 제지를 당한 롯데손해보험이 불참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원장이 당국의 방침에 엇박자를 내는 업체에 대해 일종의 공개 경고장을 보내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가상화폐 업계의 관계자는 “당국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라는 의중을 전달하는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이 원장은 이날 가상화폐사업자와의 간담회에서 “공정성·투명성은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며 “이상거래 적출 시스템 투자 확대 등 자체적인 시장 감시 기능 강화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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