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호조와 주주 환원 확대에 힘입어 금융사 주가가 연일 고공 행진을 이어가자 은행원들이 묵혀둔 우리사주를 팔아치우며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요 시중은행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하나·우리은행 직원들이 올해 1~8월 인출한 우리사주조합 주식 수는 총 1060만 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1498만 주)를 뛰어넘어 2020년 이후 최대 인출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4대 금융지주의 주가가 박스권을 탈피해 강세를 보이면서 ‘차익 실현’ 목적 인출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 4대 금융지주 주가의 평균 수익률은 50%를 훌쩍 넘는다. 지난해 1만 5370원으로 마무리한 우리금융지주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만 5950원에 마감하며 70%이상 뛰었고 하나금융지주와 신한지주는 각각 55%, 47% 넘게 올랐다.
은행원들이 인출 주식을 즉각 현금화에 나섰다고 가정할 경우 수백만 원의 차익을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1~8월 우리은행 직원들은 평균 572주의 우리사주를 인출했고 이 기간 우리금융지주의 평균 시세는 1만 9363원이었다. 2020년 매입한 우리사주(평균 취득 단가 8665원)를 매각했다고 가정하면 직원당 612만 원의 차익을 거뒀다는 계산이 나온다.
같은 조건일 경우 신한은행은 직원당 460만 원의 차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된다. 신한은행 직원들의 2020년 평균 취득가액은 2만 8632원이었고 올해 1~8월 평균 시세는 5만 5352원이다. 하나은행도 동일 조건에서 직원당 121만 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5월 이후 인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의무 예탁 기간 종료 뒤 우리사주를 인출하면 앞서 공제받은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은 쏠쏠한 배당 수익도 누리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이 주주환원율 높이기에 적극 나서면서 하나은행은 올해 8월까지 우리사주조합에 117억 원을 배당하며 이미 지난해 지급액(102억 원)을 넘어섰다. 직원 한 명당 평균 배당액은 우리은행이 449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신한은행(225만 원)과 하나은행(98만 원)이 이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사주는 액면가액 합계가 1800만 원 이하이면 배당소득이 비과세 된다”며 “은행원 대부분은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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