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 치우며 파죽지세로 상승하던 코스피지수가 3500 선 고지를 앞두고 며칠째 힘이 빠진 모습이다. 그사이 원·달러 환율이 4개월 만에 1400원을 넘은 데다 미국에서 증시 거품 논란마저 불거지면서 숨 고르기가 길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추석 장기 연휴가 끝나는 10월 중순까지는 증시가 쉬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3(0.03%)포인트 내린 3471.11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네이버(11.40%), LG에너지솔루션(3.88%) 등 일부 종목 상승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반적으로 약세 흐름을 보이며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3300 선 돌파 3거래일 만에 3400 선을 넘었으나 이후 8거래일째 3500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24일 장중 3497.95까지 올랐던 것이 최고 기록이다.
시장에서는 코스피지수의 상승 동력이 떨어진 가장 큰 요인으로 환율을 꼽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주간 종가 기준 1400.6원으로 8월 1일(1401.4원) 이후 두 달 만에 최고치다. 환율이 다시 1400원을 돌파하자 그간 국내 증시를 떠받쳤던 외국인 수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투자가 입장에서 원화 가치가 하락할 때 국내 주식 투자를 늘리면 환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규모도 16일 1조 7989억 원에서 이날 1780억 원으로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시장에서 연일 순매수하던 외국인들이 신고가를 경신한 후로는 매수와 매도를 번갈아 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현 주가가 상당히 고평가됐다(fairly highly valued)”고 발언하면서 미국 증시 거품론을 키운 것도 악재다. 실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2.6배로 2020년 당시 고점(23배)에 근접해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부담이 높아진 상태다. 파월 의장의 발언에 미국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다만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해 경고보다는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면서 증시 강세론을 유지했다. UBS는 결국 연준의 완화 정책이 주식·채권·금 등 각종 자산에 우호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1996년 앨런 그리스펀, 2015년 재닛 옐런 등 당시 연준 의장들이 증시 고평가를 경고한 후로도 수년간 강세장이 지속됐던 만큼 단기 이슈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증시는 두 요인 외에 다음 달 3일부터 7일 동안 이어지는 장기 연휴가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 대외 영향을 크게 받는 국내 증시 특성상 연휴 기간 외부 변수가 발생하면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수급 공백이 발생한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만큼 포트폴리오 재정비 차원에서 선제적 차익 실현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도 추석 연휴 전후로 코스피 수익률은 좋지 않았다. 키움증권이 2010년 이후 사례를 분석한 결과 추석 연휴 직전 5거래일 동안 코스피 평균 수익률은 -0.5%로 나타났다. 하반기로 갈수록 시장 이슈가 많아지는 만큼 설보다는 추석 연휴 기간에 더 많은 리스크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2002년 이후 명절 직후 코스피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설 직후 거래일에 평균 0.57% 상승한 반면 추석 직후 거래일에는 평균 0.44% 하락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남은 9월 중 국내 증시가 뚜렷한 방향성 없이 숨 고르기 장세를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며 “연휴가 시작되기 전까지 국내 증시의 수급 변동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