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시장의 금리 기대와 반대로 움직이는 중앙은행은 장기적으로 신뢰도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 위원은 24일 강원도 춘천시 강원연구원 리버티홀에서 열린 경제 강연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정책은 시장을 주도하기보다는 오히려 시장 흐름을 따라가는 구조”라며 이같이 밝혔다.
통상적으로는 연준이 시장을 리드해 불황기에는 금리를 내리고 호황기에는 인상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지만 최근에는 시장 기대가 오히려 정책 결정을 선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시장과 반대로 가는 중앙은행은 결국 신뢰를 잃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결정적인 순간에 금리 정책의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며 “더 나아가 금융기법의 발달로 중앙은행이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소비자물가 통계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장 위원은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주거비에 전·월세 비용만 포함되고 자가주거 비용은 제외된다”며 “반면 미국은 자가주거비까지 포함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주거비 비중은 미국이 32% 이상인 반면 한국은 9.8%에 불과하다”며 “자가주거비를 반영하고 공공요금을 정상화한다면 2021년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3%포인트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2% 내외로 안정돼 보이지만 집값 상승 부담을 반영하면 실제 상승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장 위원은 또 “전기·가스·대중교통 요금은 사실상 정부가 관리하고 있어 생활비 안정에는 기여하지만, 공공요금 적자가 누적되면서 현재의 물가상승 요인을 미래로 이월시키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