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레거시 반도체 호황으로 기대감을 키우는 가운데 공매도 거래가 하루 만에 5배 이상 급증했다. 삼성전자(005930)의 엔비디아 고대역폭메모리(HBM) 인증 통과 소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지만 증권가에서는 마이크론의 기술력 열세를 감안할 때 SK하이닉스의 지위가 쉽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공매도 거래 대금은 이달 19일 306억 원에서 22일 1577억 원으로 5.15배 급증했다. 거래 비중도 1.57%에서 7.68%로 뛰며 하루 만에 4.89배 늘었다.
최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로부터 HBM 3E 12단 제품 인증을 받았다는 소식에 SK하이닉스의 ‘HBM 독점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공매도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의 진입이 본격화되면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경계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국내외 증권가에서는 이번 변화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씨티그룹은 “공식적인 인증 결과는 9월 말이나 10월 초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가 인증을 통과하더라도 납품 초기 물량은 시장 기대치보다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신증권은 올 4분기까지는 SK하이닉스의 지위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지배력 강화, 서버용 D램 수요 확대, 낸드 시장 호황 ‘3호재’를 맞았다며 이날 목표가를 연이어 상향했다. KB증권(34만 원→46만 원)뿐만 아니라 IBK투자증권(36만 원→45만 원), 다올투자증권(35만 원→43만 원), 신영증권(33만 원→40만 원), 흥국증권(35만 원→43만 원) 등이 목표가를 올렸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HBM4부터 공급망 다변화가 전망되는 가운데 마이크론이 HBM4의 속도·생산능력 측면에서 열위에 있는 것으로 추정돼 삼성전자의 진입에도 SK하이닉스의 점유율 1위 지위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일반 서버의 5년 교체 주기가 계속 지연되고 있어 범용 D램의 수요 증가는 내년 하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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