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중국의 기술 굴기가 진행된다면 디스플레이 산업이 대표적인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28년 한국 기업들이 공략하고 있는 정보기기(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도 중국이 한국을 제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러한 여파가 패널 사업에 그치지 않고 TV 등 한국 업체의 완제품(세트) 사업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추격에 대응하고 디스플레이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세액공제 제도 개선과 기술 유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의 박진한 이사는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LCD 산업이 사실상 중국 독과점 형태의 시장으로 전환되며 폐해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TV 패널 구매 협상력이 크게 낮아지며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삼성전자가 TV 사업에서 매입해오는 중국산 패널 비중은 15%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47%까지 확대됐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5%에서 88%까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LCD 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패널 공급량과 가격을 좌지우지하면서 국내 TV 사업의 경쟁력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이 미래 제품군으로 삼고 투자하고 있는 정보기기(IT)용 OLED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박 이사는 “8.6세대 OLED 패널 라인의 경우 중국 BOE는 삼성디스플레이보다 장비 발주가 반 년가량 늦었지만 양산 시점을 그만큼 당겼다”며 “2028년에는 중국 업체의 8.6세대 OLED 생산능력(캐파)이 한국을 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한국이 OLED 양산 기술 우위를 가진 건 분명하지만 대량생산이 주는 이점이 상당한 만큼 굉장히 위협적”이라고 진단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중국의 추격에 대응하기 위해선 연구개발(R&D)이나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이 확대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기술 유출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요청했다.
박준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세액공제 이월기간을 현행 10년에서 20년 이상으로 연장해야 한다”며 “최근 5년간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사례가 21건에 달하고 피해 규모도 확대되는 만큼 국가 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실효성 있는 처벌 강화와 강력한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한구 LG디스플레이(034220) 그룹장도 “현행 세액공제 제도는 막대한 초기투자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첨단산업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직접환급제와 제3자 양도제 등 기업이 적자 여부와 관계없이 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접환급제란 첨단기업의 투자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직접 환급해주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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