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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해외 '특허괴물'에 과세 정당"…4조 세수 지킨 국세청

[30년 과세권 논란 종지부]

대법원, 특허 속지주의 벗어나

사용지 기준으로 판결 뒤집어

韓기업이 해외 지불한 로열티

국내 원천소득으로 과세 인정

불복 소송 진행중 세액만 4조

장기적 수십조 세수효과 기대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기업에 지불한 특허 사용료를 둘러싸고 30년간 이어져온 과세권 논란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미국 특허라도 한국 기업이 그 기술을 사용한 뒤 미국 기업에 사용료를 지급했다면 여기서 소득을 올린 미국 기업에 국세청이 과세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오면서다. 국세청은 약 4조 원 규모의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권영준)는 18일 SK하이닉스가 이천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경정 거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기업이 승소한 원심의 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미국 기업 A사와 특허 분쟁에 합의한 뒤 특허 사용료를 지급하면서 A사가 납부해야 할 법인세를 원천징수해 국세청에 납부해왔다. SK하이닉스는 이후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에는 납세의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환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2심은 SK하이닉스의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대법원은 기존 판결을 뒤집어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특허의 사용은 특허권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실제로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며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국내에서 쓰였다면 과세 대상”이라고 판결 요지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법원이 취해온 ‘특허 속지주의’ 원칙을 뒤집은 것이다. 속지주의는 특허가 등록된 국가에서만 효력이 있다는 법리로, 그간 대법원은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해외 특허는 국내에서 ‘사용’을 전제할 수 없어 과세할 수 없다고 판단해왔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이 해외 기업에 로열티를 지급하더라도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와 관련된 경우는 국내 원천 소득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한미 조세 조약에 따른 ‘사용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해당 특허가 국내에 등록되지 않았더라도 그 특허 기술이 국내에서 실제로 제조·판매 과정에 활용됐다면 이는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 대가인 로열티가 국내 원천 소득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종전 판례를 변경해 국세청의 과세권을 인정한 셈이다.

국세청은 이번 판결로 국내 미등록 특허에 대한 과세권을 확보하고 국부 유출도 막을 수 있게 됐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사례처럼 불복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의 세액만 4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대법원이 과세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4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세금을 미국 기업에 반환해줬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 국내 기업들이 해외 기업에 내는 특허료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 2분기 말 기준 기술 사용료가 2조 1369억 원에 이른다. 기술 사용료는 기술 사용 계약에 따라 향후 지급이 예상되는 비용을 뜻하며 회계상으로는 충당부채로 잡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들로부터 막대한 사용료를 걷어가는 ‘특허괴물’ 등 해외 기업들이 국내에 한 푼도 세금을 내지 않을 뻔했는데 이를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에 판례가 바뀌지 않았다면 국세청은 그동안 원천징수한 세금을 모두 국외로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국세청은 우리 기업들의 특허 사용료 지급이 불복 중인 사업연도 이후에도 계속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수십조 원의 세수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을 얻기 위해 벌인 국세청의 노력도 주목되고 있다. 국세청은 본청과 지방청을 포함한 미등록 특허 태스크포스(TF)를 꾸려 1976년 국회 입법 자료를 발굴하고 미국 역시 등록지가 아닌 사용지 기준으로 과세하는 사례를 제시하는 등 치밀하게 대응해왔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앞으로도 국세청은 국부 유출을 방지하고 정부의 정책 추진에 밑바탕이 되는 국가 재원 마련을 위해 정당한 과세 처분을 끝까지 유지할 것”이라며 “국내 과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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