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반도체 인재 ‘싹쓸이’에 나섰다. 최소 1억 원 넘는 성과급을 앞세워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대규모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한다. 연중 상시 채용에 가까운 공격적인 인재 확보 전략으로, 업계 인재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16일 SK하이닉스는 이달 22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하반기 신입사원 서류 접수를 시작한다. 채용 규모는 세 자릿수로, 설계·소자·연구개발(R&D) 공정·양산 기술 등 핵심 직무 전반에 걸쳐 인재를 선발한다. 근무지는 경기 이천·분당, 충북 청주, 서울이다. 이번 채용은 지난 3월 대규모 신입 채용에 이은 두 번째 세 자릿수대 공개 채용이다. 7, 8월 경력직 수시 채용도 이뤄져 하반기 들어 매달 인재를 뽑고 있는 셈이다.
공격적인 인재 확보 배경에는 압도적인 실적이 자리 잡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국내 500대 기업 중 영업이익 1위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37조 원에 달할 경우,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직원 1인당 1억 원 수준 성과급 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격적인 보상과 성장 가능성은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올 7월 한 취업포털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005930)를 제치고 대학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위에 올랐다. 이달 15일 포항공대에서 열린 채용 설명회에서는 3시간이 넘는 질의응답이 이어져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SK하이닉스는 인재를 효과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채용 방식도 혁신하고 있다. 이번 채용부터 AI 기반 화상 인터뷰 ‘A! SK’를 처음으로 도입한다. 지원자가 자기소개서만으로 보여주기 힘든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돕고, 입사 후 함께 일할 동료들이 직접 다면평가를 진행해 정교한 인재 검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연초부터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올 3월 신입사원 채용을 시작으로, 7월과 8월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설계 등 핵심 분야 경력직을 수시로 채용하며 인재풀을 끊임없이 넓혀왔다.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기술력의 근간이 되는 ‘사람’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고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곧 회사 경쟁력”이라며 “풀 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라는 위상에 걸맞은 방식으로 인재를 확보하고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풀 스택은 개발자들이 쓰는 용어로 A부터 Z까지 모든 분야를 다룬다는 뜻이다. AI 시대에 필요한 모든 종류의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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