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이 오르면 저희 같은 소상공인한테는 큰 부담이죠. 쌀값뿐만 아니라 다른 부재료 가격도 전반적으로 올라왔으니까요.”
2일 정부세종청사 근처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A(52) 씨는 쌀값 인상세로 원재료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45(2020년=100)로 1년 전보다 1.7% 올랐다. 전체 물가는 안정세를 보였지만 농축산물 물가는 전년 대비 4.4% 뛰었다. 특히 쌀 11%, 돼지고기 9.4%, 계란 8.0% 등 일부 품목의 상승률이 높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쌀 20㎏ 한 포대 가격은 전날 기준 6만 256원으로 6만 원을 넘어섰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쌀 20㎏ 가격이 6만 원을 넘으면 소비자가 부담을 느낀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사실상 쌀값이 소비자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선 셈이다.
쌀값 인상은 시중에 풀린 쌀이 부족해진 탓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 쌀 초과생산량 26만 2000톤의 시장격리를 추진했다. 당시 정부는 해당 물량을 시장격리할 경우 수요와 공급이 일치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후 벼가 익는 등숙기에 벼가 잘 영글지 않으면서 도정수율이 크게 떨어졌다. 벼 도정수율이 떨어지면 생산량이 예측치보다 적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쌀의 시장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판단 하에 정부 양곡 3만 톤을 대여 방식으로 산지 유통 업체에 공급하는 방안을 지난달부터 실시하고 있다. 다만 10월 수확기에 햅쌀이 시장에 풀리면 일시적으로 쌀값이 오를 수 있는 만큼 올해 11월까지는 가격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쌀값 할인 금액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대형 유통 업계와 함께 쌀 20㎏ 기준 3000원 할인 행사를 추진하고 있는데 할인 폭을 4000~5000원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금은 소비자 쌀값에 신경 쓸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는 휴대폰 요금이 1년 전보다 21% 떨어진 영향이 컸다. SK텔레콤이 해킹 사태로 인해 8월 한 달간 2000만 명이 넘는 전체 가입자의 통신요금을 50% 감면하면서 휴대폰 요금을 포함한 공공서비스 요금이 전년보다 3.6% 하락했다. 통계청은 통신 요금 할인이 없었다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7월(2.6%) 이후 1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농축수산물도 1년 전보다 4.8% 올라 지난해 7월(5.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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