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생존을 위한 ‘더위와의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질병관리청 감시체계가 도입된 이래 온열질환 누적 환자 수는 가장 빠른 시기에 1000명을 넘어섰으며 사망자 수 역시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찜통 더위가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면서 열사병과 일사병 등 온열질환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1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집계를 시작한 5월 1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전국에서 1357명의 온열질환 환자가 발생했다. 응급실 감시체계를 도입한 2011년 이후 가장 빠르게 1000명을 돌파했다. 이달 8일에는 하루에만 238명이 온열질환 증세로 응급실을 찾았다. 최근 제주 서귀포시의 밭에서 2도 화상과 40도 고체온 상태로 쓰러진 채 발견된 80대 노인이 결국 숨지는 등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9명)도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온열질환은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체온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급성 질환으로 증상이 심할 경우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초기에는 두통, 어지럼증, 근육 경련, 피로감 등이 나타나며 방치할 경우 의식 저하와 혼수 상태 같은 응급 상황으로 악화될 수 있다. 업장, 논밭, 길가 등 실외에서 주로 발생하며 50대 이상이 전체의 61%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온열질환으로는 열사병과 일사병이 있다. 두 질환 모두 고온 환경에서 발생하지만 증상과 대처법에는 차이가 있다. 열사병은 40℃ 이상의 고열과 땀이 나지 않는 것이 특징으로 혼란, 섬망, 경련, 혼수상태 등 중추신경계 이상 증상이 동반된다. 몸속 열을 발산하지 못해 발생하는 증상으로 피부가 뜨겁고 붉은색을 띄기도 한다. 이 경우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하면 질식 위험이 있기 때문에 즉시 119에 신고하고 체온을 빠르게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일사병은 고온 속에서 수분 섭취가 충분하지 않아 발생한다. 지속적인 땀과 두통, 구토, 근육 경련, 실신 등이 주요 증상으로 육안으로 봤을 때 피부색이 창백한 특징이 있다.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 만으로도 일부 호전이 가능하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지속될 경우 병원을 찾아 정맥 수액 치료를 받는 게 도움이 된다. 이온 음료 등 전해질이 포함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며 커피나 탄산음료는 오히려 이뇨작용으로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건강 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은 △갈증이 없어도 규칙적인 수분 섭취 △가볍고 밝은색의 헐렁한 옷 착용 △가장 더운 시간대인 오후 12시부터 5시까지는 휴식을 취할 것 등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 고령자, 만성질환자 등 폭염에 취약한 계층은 가족과 이웃의 관심이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은 “올해는 예년보다 빠른 폭염과 열대야로 온열질환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며 “폭염 취약계층이 무리한 활동을 피하고 서로 안부를 자주 확인해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사회 전체의 관심과 실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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