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오히려 상업용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대출기관의 자금이 갈 곳을 잃고 상업용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돼 거래 활성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창섭 NH투자증권 실물자산투자본부 대표는 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의 가장 큰 걸림돌이 가계부채였는데 정부가 이를 컨트롤하면서 금리 인하 여력이 생긴 셈”이라며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방침은 금리를 낮추라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기관들은 계획했던 가계대출을 집행하지 못하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 이 자금이 규제가 없는 상업용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박 대표의 시각이다. 그는 “조달금리가 낮아지면 상업용부동산의 가격 경쟁력이 생겨 거래가 활발해질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금리로 인해 연간 10조 원을 웃돌던 우량 상업용 빌딩 거래 시장은 현재 5조 원 수준으로 반 토막 난 상태다. 시장의 회복 시점은 올 하반기 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올해 연말부터 상업용부동산 시장에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내년 상반기에는 시장이 평년 수준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섹터별로는 오피스 시장이 가장 먼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도심권(CBD) 오피스 과잉 공급 우려에 대해서는 “오피스도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신축 오피스는 친환경 기준이나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인프라 등 새로운 기준을 모두 맞춰 공급된다”면서 “과공급이 되더라도 피해는 B·C급 구축 빌딩에 한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리테일(상가) 시장의 회복은 가장 더딜 것으로 봤다. 소비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나야 하기 때문이다. 물류센터는 일부 사업성 없는 곳들이 정리되는 ‘옥석 가리기’ 과정을 거치며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 큰손들의 국내 임대주택 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박 대표는 “모건스탠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블랙스톤 등 글로벌 투자사들이 국내 임대주택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면서 “중국 시장 투자가 막히고 일본·싱가포르는 레드오션이 되자 한국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전세 시장이 월세 시장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맞춰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증권 업계 최초로 지난해 선보인 부동산 사모펀드(PEF) ‘NHARA 1호’는 약정액 1950억 원을 절반 이상 소진하고 3000억 원 규모의 2호 펀드 조성을 준비 중이다. 박 대표는 “개발 시장이 점차 기관화되면서 과거처럼 적은 자본으로 큰 수익을 내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사라질 것”이라며 “증권사 PEF가 개발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안정적인 부동산 공급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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