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6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6’을 하루 앞둔 5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마련된 LG전자(066570) 전시장에서는 관람객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주인공은 빨래통 앞에 선 인공지능(AI) 홈로봇 ‘클로이드(CLOiD)’였다. 로봇의 손가락이 세탁이 끝난 수건의 가장자리를 정확히 짚어 냈다. 양쪽 모서리를 집어 올려 반으로 접고 다시 두 번을 더 접는 동작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사람이 하는 것처럼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반복적이고 귀찮은 가사 노동을 로봇이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LG전자가 그리는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의 청사진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다.
이날 공개된 클로이드는 단순한 주행 로봇을 넘어 가사 노동에 직접 개입하는 ‘집사’ 역할을 자처했다. 로봇은 몸체의 높낮이를 조절해 빨래통 깊숙이 있는 옷가지를 하나씩 집어 세탁기 안으로 넣었다. 바닥에 떨어지거나 손에서 미끄러지는 실수는 없었다. 전시 공간 한편 소파 옆에 놓인 열쇠를 찾아 집어 드는 시연도 매끄럽게 진행됐다. 로봇은 주인이 열쇠를 두고 간 상황을 인지하고 손을 뻗어 열쇠를 들어 올렸다.
주방에서의 활약도 돋보였다. 클로이드는 오븐 앞으로 이동해 크루아상 반죽이 든 그릇을 들어 오븐 안에 넣은 뒤 문을 닫았다. 냉장고로 이동하자 문이 자동으로 열렸고 로봇은 내부에서 정확하게 우유 한 통을 찾아 꺼냈다. 동작 속도는 다소 느렸지만 정해진 순서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현장에 모인 취재진은 로봇의 손과 이동 경로를 따라가며 이 일련의 과정을 숨죽여 지켜봤다.
클로이드는 이날 전시장 도슨트(전시 안내자) 역할까지 수행했다. 관람객이 이동하면 앞서거나 곁을 지키며 전시장 주요 공간을 안내했다. 사람이 근처에 있으면 동작이 멈추는 안전 기능 탓에 관람객들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했지만, 로봇은 전시의 출발점이자 길잡이 역할을 사고 없이 완수했다. 다만 완전한 자율주행보다는 사전에 설정된 시간과 동선에 따라 움직이는 방식에 가까웠다. 안내자의 설명이 끝나기 전 이동을 시작하거나 관계자의 제어에 따라 멈추는 모습은 향후 개선이 필요한 대목으로 꼽혔다.
주목할 점은 클로이드가 LG전자 가전 생태계 안에서 ‘허브’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로봇이 냉장고나 오븐에 다가가면 기기의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등 AI 가전과의 연동이 필수적이었다. 로봇 단독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보다, 스마트 가전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가사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는 사용자를 LG전자 생태계에 묶어두는 강력한 락인(Lock-in) 전략으로 풀이된다.
류재철 LG전자 대표(사장)는 이날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LG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서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솔루션으로 미래 가정생활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클로이드를 필두로 기기와 공간이 사용자의 의도를 먼저 파악하고 행동하는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LG전자는 로봇 외에도 TV와 전장, 게이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결성’을 강조한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전시장 입구에는 무선 월페이퍼 TV ‘LG 올레드 에보 AI W6’ 38대를 천장에 매달아 압도적인 미디어 아트를 연출했다. 두께 9㎜대 초슬림 TV들이 공중에 떠 있는 듯 배치돼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차량용 솔루션 존에서는 투명 올레드가 적용된 전면 유리와 운전자 시선 이탈을 감지하는 ‘인캐빈 센싱’ 기술이 시연됐다. 엔터테인먼트 존에서는 글로벌 커뮤니티 레딧과 협업한 게이밍 공간, 뮤지션 윌아이엠과 함께한 무선 오디오 ‘LG 엑스붐’ 청음 공간 등이 마련돼 관람객들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gap@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