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이어진 차량 행렬과 붉게 반짝이는 브레이크등이 고속도로를 메운다. 추석 명절의 익숙한 귀성·귀경길 모습이다. 문제는 이런 만성적인 정체 속에서 계기판 경고등이 갑작스럽게 켜졌을 때다. 정체 구간에서는 작은 고장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출발 전 기본적인 점검과 소모품 관리만으로도 돌발 상황을 예방하면 안전한 귀성·귀경길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가장 먼저 챙겨야 할 부분은 엔진 과열이다. 명절 기간 반복되는 정체는 엔진 온도를 급격히 높일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우선 엔진오일과 냉각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엔진오일은 보통 1년에 한 번이나 7000~1만㎞ 주행 후 교체하는 것이 적절하다. 보닛을 열어 게이지를 확인했을 때 오일 양이 부족하거나 색이 탁해졌다면 즉시 교환해야 한다. 냉각수 역시 엔진 과열을 막는 핵심 요소다. 냉각수가 부족하면 엔진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할 경우에는 화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냉각수 캡을 열어 최대(MAX)와 최소(MIN) 표시 사이에 충분히 채워져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부족하다면 보충해야 한다. 또한 엔진룸 주변에 누유나 오일 얼룩이 없는지도 점검하면 장거리 운행 중 돌발 고장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타이어 점검도 빠질 수 없다. 타이어 공기압은 외부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환절기와 장거리 주행 전에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최근 차량들은 대부분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TPMS)를 탑재해 계기판에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공기압만큼 마모 상태도 중요하다. 트레드 깊이가 얕아지면 제동력이 떨어져 사고로 직결될 위험이 크다. 간단히 100원짜리 동전을 홈에 넣어 이순신 장군 모자의 3분의 2 이상이 보이면 교체를 고려해야 한다. 타이어를 사용한 지 3년 이상 됐다면 고무가 딱딱해지고 갈라지는 경화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꼼꼼히 살펴야 한다. 특히 장거리 운행 전에는 타이어 외관에 상처나 돌기, 못 박힘 여부도 확인해 예기치 않은 펑크를 예방하는 것이 좋다.
귀성·귀경길 장거리 주행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 장치는 브레이크다. 특히 명절 정체 구간에서는 브레이크 사용이 잦아 패드 마모가 빨라진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이질적인 소음이 나거나 평소보다 깊게 밟아야 제동이 된다면 패드 마모를 의심해야 한다. 제동력이 떨어지면 곧바로 사고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1년 내에 패드 교체를 하지 않았다면 이번 귀성길에 나서기 전 점검하기를 추천한다. 브레이크 디스크 상태도 함께 확인하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정체로 인해 야간 운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어두운 도로에서는 등화장치 불량이 사고 위험을 크게 높인다. 무엇보다 전조등, 브레이크등, 방향지시등 등 주요 램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특히 브레이크등은 운전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출발 전 가족이나 동승자에게 도움을 받아 점검하는 것이 안전하다.
와이퍼와 에어컨 필터 같은 소모품도 점검 대상이다. 와이퍼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비가 오는 날 시야 확보가 어려워져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와이퍼의 작동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차량 내에는 안전삼각대, 예비 타이어, 손전등 등 비상용품을 갖추는 것이 좋다. 갑작스러운 고장이나 사고에 대비해 보험사와 긴급 출동 서비스 연락처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제공하는 무상 점검 서비스도 적극 활용할 만하다. 현대자동차는 전국 1210개 블루핸즈 협력사에서, 기아는 16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750개 오토큐 협력사에서 무상 점검을 실시한다. 한국GM은 9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378개 협력사, 르노코리아자동차는 7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370개 협력사, KG모빌리티는 2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313개 협력사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명절 전후로 진행되는 이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공조장치 등 일반점검 뿐 아니라 엔진룸 등 정밀 진단까지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안전까지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추석 연휴가 끝난 후에도 장거리 운전으로 인한 문제가 없는지 체크해야 한다. 엔진오일, 휠 밸런스, 타이어 상태를 다시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타이어는 보통 7만㎞ 전후로 교체하지만, 장거리 운행 후 손상이 발견되면 즉시 점검과 교체를 진행해야 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귀성·귀경길은 매년 반복되지만 방심은 금물”이라며 “출발 전 점검을 통해 사고 위험을 줄이고, 각 완성차 업체의 무상 점검 기회를 활용하면 안전과 비용 절감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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