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이 급물살을 타자 카카오(035720) 등 주요 재무적투자자(FI)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실제 합병이 이뤄지면 기업가치는 대폭 뛸 수 있지만 두나무의 고배당 정책이 축소될 수 있는데다, 기업공개(IPO) 계획에 따라 완전한 엑시트에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란 분석에서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 3대주주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10.59%)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 소식이 전해진 뒤 매일 수차례 회의를 열고 있다. 카카오그룹은 두나무가 스타트업이던 시절부터 몸집을 한창 키우던 시기까지 수천억 원을 투자하며 성장을 지원했다. 2013년 카카오벤처스가 두나무에 처음 2억 원을, 2015년에는 카카오가 직접 33억 원을 투자했다. 2022년에는 카카오인베가 총 5780억 원을 투입해 지분을 대거 인수했다.
카카오의 고민은 두나무가 예상보다 빠르게 라이벌사 품에 안기게 되자 더 깊어지고 있다. 이번 합병안의 최종 종착지가 두나무와 네이버의 결합이고,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통합 법인의 차세대 리더십을 맡는다 해도 결국 본체는 네이버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합병 이후에는 현재의 고배당 정책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 만큼의 현금 창출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합병 시 각사 지분율은 하락하기 때문이다. 두나무는 2022년 700억 원, 2023년 1000억 원, 지난해 4000억 원 등 매년 배당을 급격히 늘려왔다.
합병된 네이버파이낸셜이 기업공개(IPO)를 언제 단행할지, 추후 네이버와 또 합병을 택하게 될 지 등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차라리 주식매수청구권을 쓰고 현금을 확보하는 게 낫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두나무가 기업가치 15조 원 수준에서 네이버파이낸셜과 합병할 경우 카카오인베는 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현금을 단번에 손에 쥘 수 있다.
이 같은 고민은 우리기술투자(7.20%), 한화투자증권(5.94%) 등 다른 FI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엑시트를 결정한다면 주식매수청구권이 활용되거나 다른 FI의 합류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도 두나무 지분 처분 가능성에 대해 “계속 보유, 매수청구, 매각 등 여러가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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