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공조 분야에서 글로벌 1위인 한온시스템(018880)이 최근 이사회를 통해 9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최종 결의했다. 회사는 연말까지 증자를 마치고 자금 대부분을 부채 감축에 활용해 재무 구조를 대폭 개선할 계획이다. 전기차 캐즘에도 한온시스템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조현범 한국앤컴퍼니(000240) 회장의 결단이 뒷받침된 때문이다.
한온시스템은 지난 23일 기명식 보통주 3억 4750만 주(기존 발행주식의 51.20%)를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신주의 20%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며 잔여 주식은 신주배정 기준일인 11월 14일 기준 구주주에게 균등 배정된다. 이후 실권주 및 단수주가 일반공모로 이뤄진다. 신주 상장 절차는 내년 1월 12일 마무리된다.
예정 발행가액은 1주당 2590원이다. 이사회 결의일 직전 영업일을 기준으로 최근 1개월과 1주일의 가중산술평균 주가와 기준일 종가 중 더 낮은 금액으로 산정됐다. 한온시스템은 구주주 권익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준가액 대비 15% 할인율을 적용했다. 최종 신주 발행가액은 일반 공모 청약 직전인 12월 16일에 확정된다.
한온시스템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된 자금 8000억 원을 부채 상환을 위해 우선 사용한다. 한온시스템의 올 2분기 부채 비율은 256%로 주요 채권단과 약정 기준인 225%를 초과하고 있다. 순차입금에서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나눈 레버리지 비율도 5.32배로 약정기준(4배 이하)를 넘어섰던 상황인 만큼 이번 유증을 통해 부채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번 자금은 한온시스템의 운영과 시설 유지보수, 신규 생산설비 투자 등 영역에도 투입된다. 운영자금 512억 2500만 원, 시설자금 488억 원 등이다. 이를 통해 이자 비용 부담을 줄여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신규 생산설비 투자 등을 통해 성장 기반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온시스템은 친환경 냉매 R744를 활용한 전동 컴프레서의 누적 생산량이 최근 100만 대를 돌파할 만큼 전기차 시대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친환경 전동 컴프레서 생산이 2024년 1월 50만대 생산 달성 후 1년 반 만에 2배로 성장한 것이 한온시스템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R744는 이산화탄소(CO₂)로 잘 알려진 천연 냉매로 지구 온난화 지수(GWP)가 1에 불과해 기존 냉매를 대체하는 친환경 냉매로 각광받고 있다. 전동 컴프레서는 전기차 히트펌프 시스템 부품으로 실내를 쾌적하게 하고 차량 성능을 최적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해 한온시스템 인수를 결정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은 올 들어 꾸준히 한온시스템 경영 안정화와 성장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온시스템이 어려운 경영 환경을 잘 이겨내면 향후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다고 본 조 회장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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