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시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시행한 대출 만기 연장 조치를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대출 만기 연장이 5년째 계속되면서 좀비 업체를 키우고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시중은행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고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및 원금·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6개월에서 1년 안팎씩 연장하기로 정했다. 금융권은 2020년 4월부터 유동성 위기를 겪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 같은 지원을 이어왔다.
우선 이달 말 현재 38조 2000억 원 규모의 코로나19 대출 가운데 96.6%에 해당하는 36조 9000억 원의 만기가 재연장된다. 연체 및 휴·폐업으로 만기 재연장이 불가능한 차주에 대해서는 새출발기금이나 ‘소상공인 119 플러스(plus)’ 등의 재기 지원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전체적인 만기 연장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 상환과 연체, 채무조정 등으로 만기연장 대상에서 제외되는 대출이 있기 때문인데 2022년 9월만 해도 100조 1000억 원에 달했던 코로나19 대출은 올 6월 말 기준으로는 44조 원으로 감소했다. 이후 추가적으로 규모가 감소해 이번에 36조 9000억 원가량만 만기가 연장된 것이다.
금융계에서는 반복되는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지원이 좀비 기업을 양산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새 정부 들어 코로나19 대출 만기 도래를 이유로 새출발기금과 배드뱅크를 통한 대규모 채무탕감의 필요성을 제기한 상황에서 대출마저 만기를 연장해주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금융권 자율의 형식을 빌려 만기연장을 해주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당국의 입김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 시점이 계속해서 뒤로 밀리면서 금융권의 잠재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금융 당국은 은행권의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만기 연장된 대출은 올해 9월 이후로 대부분 분산돼 있어 만기 도래에 따른 차주·금융권의 부담은 적을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위는 “만기 연장 대출 대부분이 정상 여신”이라며 “금융권과 함께 차주들의 연착륙 상황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또 “보증기관은 보증 대출 차주의 보증기간 재연장과 신규 보증 제공 등을 검토해 협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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