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해킹 사고 피해자들이 향후 회사로부터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상액을 근거로 법인 회생신청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원의 수용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집단 손해배상 소송 움직임에 이어 롯데카드 측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 구조조정·회생 전문 로펌 로집사는 롯데카드의 기업회생을 신청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다음 달부터 정보 유출 피해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기업회생은 빚을 갚기 어려운 상태에서 법원의 감독 아래 채권자들과 부채 조정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하는 제도다. 로집사와 일부 해킹 피해자들은 채무자 회생 및 파생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업회생을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해당 법은 채권자 등이 회생을 신청할 경우 자본금의 10% 이상이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6월 말 현재 롯데카드의 상법상 자본금은 3737억 원이다. 최소 374억 원가량의 채권이 모이면 회생 신청이 이론적으로 가능한 셈이다.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이정엽 로집사 대표변호사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보안 사고가 아니라 경영진 차원의 뿌리 깊은 문제”라며 “회생 신청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피해자 모집 절차에 조만간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회생 심사 과정에서 채권단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채권단으로 인정받게 되면 롯데카드가 증자 또는 지분 매각을 통해 채권을 변제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롯데카드 지배구조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374억 원에 달하는 최소 채무액은 해킹 피해자의 배상액을 1인당 30만 원으로 가정하면 약 12만 명을 모으면 된다.
금융권에서는 회생 신청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일각에서는 중간 과정에서 롯데카드가 신청자 측과 합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만으로도 롯데카드의 제대로 된 배상 절차와 재발 방지책이 마련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대표는 “회생 신청이 기각되더라도 피해자들의 배상받을 권리에는 영향이 없다”며 “집단적 압박 수단 그 자체로 사회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롯데카드는 이달 1일부터 23일 오후 6시까지 부정 사용 가능성이 있는 고객 28만 명 중 19만 명(68%)에게 카드 재발급과 비밀번호 변경, 카드 정지 및 해지 등 보호조치를 했다고 이날 밝혔다. 고객 정보가 유출된 297만 명 가운데에서 재발급 신청 고객은 65만 명, 비밀번호 변경은 82만 명, 정지는 11만 명, 해지는 4만 명으로 중복을 제외하면 전체 유출 고객의 43%(128만 명)에 대한 정보 보호조치를 완료했다는 게 롯데카드의 설명이다.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는 이날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해 “카드 재발급이 100만 명까지 밀려 있는 상황으로 이번 주말까지는 대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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