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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가격 누가 정할까…교촌·BHC 점주들, 본사 상대 손배소 예고

"일방적 결정, 가맹사업법 위반"

프랜차이즈 갈등 새 뇌관 우려







차액가맹금 및 인테리어 비용 등을 둘러싸고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들이 갈등을 벌이는 가운데 본사의 가격통제에 반발하는 점주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예고해 파장이 예상된다.

23일 외식 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BHC 등 복수의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가격통제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소송 의뢰를 받은 법무법인 YK는 소송 검토에 들어갔다. 법무법인 YK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2~3곳의 가맹점주들로부터 해당 소송과 관련된 문의를 받았고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판매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본사가 권장소비자가를 내세워 판매 가격을 정하는 것이 가맹사업의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가맹사업법 제12조 1항 2호는 ‘가맹점사업자가 취급하는 상품 또는 용역의 가격, 거래 상대방, 거래 지역이나 가맹점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 행위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가맹점주에게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안까지 추진하고 있어 본사와 가맹점주 간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차액 가맹금 반환 소송에 참여하는 가맹점주들이 줄 잇는 가운데 본사의 원재료 공급과 가격 책정에 불만을 제기하는 소송까지 등장하며 프랜차이즈 업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본사가 자율 가격제 등을 도입하며 가맹점주들의 불만을 가라앉히려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갈등을 봉합하는 데는 실패한 모양새다.

현재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자율 가격제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곳은 BHC와 교촌치킨이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의 점주들은 본사의 가격 통제가 가맹사업법 위반이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점주들은 그간 본사가 배달 앱 판매 가격과 수정 권한을 독점해온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가맹점주가 가격 결정권을 침해 받아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도 과거 BHC 본사가 가맹점주의 배달 앱 상품 가격 결정 권한을 박탈한 것에 대해 경고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소송전은 이제 일상이 됐다. 지난해 9월 한국피자헛 가맹점주들이 차액 가맹금을 돌려달라며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후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롯데슈퍼·롯데프레시와 같은 유통 업체와 BHC·교촌치킨·BBQ·굽네치킨 등 치킨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버거킹·프랭크버거 등의 패스트푸드에 이르기까지 총 17곳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연달아 차액 가맹금 반환 소송에 뛰어들었다. 한국피자헛이 상고심을 기다리고 있지만 상고심에서도 2심 판결이 인용될 경우 차액 가맹금 반환 소송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차액 가맹금 외에 본사의 원재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점도 프랜차이즈 업계의 새로운 갈등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교촌치킨이다. 교촌치킨 점주 4명은 이르면 이달 중 본사인 교촌에프앤비(339770)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들은 본사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점주가 주문한 닭고기의 약 40%만 공급해 매출에 손해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가을부터 닭고기 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점주들이 반발하자 올해 2월 간담회를 개최했다. 당시 본사는 가맹점 입고량이 연평균 50% 이하일 경우 보상하기로 합의했는데 이후에도 입고량이 저조했으며 보상도 없었다는 것이 가맹점주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서울의 한 매장은 올봄 순살 정육 80팩을 주문했으나 5팩밖에 받지 못했다. 지방의 한 매장은 통날개 60㎏를 주문했으나 전혀 받지 못했다.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의 갈등이 더욱 격화되는 데는 가맹점주들의 수익성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지목된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실적이 매년 큰 폭으로 개선되는 것과 달리 가맹점주들의 수익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BBQ 본사인 제너시스비비큐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5061억 원으로 전년(4765억 원) 대비 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53억 원에서 856억 원으로 31% 증가했다. 맘스터치 본사인 맘스터치앤컴퍼니 역시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179억 원과 7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 21% 상승했다. 반면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진행한 외식 업체 경영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2년 2657만 원이었던 외식 업체의 평균 영업이익은 2023년 2247만 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11.6%에서 8.9%로 감소했다.

수익성 악화의 주원인으로는 배달 앱과 모바일 상품권(기프티콘) 등 각종 수수료 부담이 지목된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프랜차이즈 가맹점 186곳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48.8%가 배달 플랫폼을 통해 발생했는데 전체 배달 매출 중 플랫폼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평균 매출의 2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프티콘 수수료도 평균 7.2%에 달했으며 가맹점주가 수수료 전액을 부담하는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42.5%를 차지했다. 영업비용 중 온라인 플랫폼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10.8%에 달했다. 특히 치킨 업종의 경우 플랫폼 수수료가 17.5%로 인건비(15.2%)를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갈등은 이미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공정위의 ‘2024년도 가맹 분야 서면 실태 조사’에 따르면 가맹 본부로부터 불공정 행위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가맹점주 비율은 54.9%로 전년보다 16.1%포인트나 증가했다. 반면 거래 관행이 개선됐다고 응답한 가맹점주 비율은 71.6%로 5.4%포인트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외식 경기 침체로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본사가 갈등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본사에서 요구하는 필수 구매 품목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차액 가맹금 등에 대한 가맹점주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경기가 좋아 매출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면 본사의 행위가 부당하다고 느끼더라도 참을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의 비용 증가는 불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사 입장에서 점주의 부담을 일정 부분 부담하거나 혁신을 통해 저비용 구조로 바꾸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독] 교촌·BHC 점주들, 본사 상대 ‘가격통제’ 소송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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