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바젠은 이탈리아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와 난치성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SVG105’에 대해 약 7500억 원(5억 5000만 달러) 규모의 공동연구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소바젠은 이번 계약으로 한국·중국·대만을 제외한 SVG105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안젤리니파마에 이전한다. 총 계약 규모인 5억 5000만 달러에 계약금(선급금)과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 및 상업화 마일스톤이 포함됐다. 계약금 및 모든 마일스톤은 반환 의무가 없고, 제품이 상용화될 경우 순매출액에 따라 별도의 경상기술료(로열티)도 받는다.
SV105는 기존 뇌전증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대표적인 소아 난치성 뇌전증인 국소피질이형성증 환자의 발작을 억제하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치료제다. 기존 치료제가 증상 개선에 중점을 두는 반면 SVG105는 발작의 근본 원인인 ‘MTOR 유전자’를 정확히 표적해 치료하는 정밀의학 기반 신약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높은 치료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현재 SVG105는 비임상 단계로 2027년 글로벌 임상에 돌입한다. 아직 남아있는 비임상은 소바젠과 안젤리니파마가 공동으로 주도하고 관련 비용은 안젤리니파마에서 부담한다. 임상과 상업화는 안젤리니파마가 독자 진행한다.
소바젠은 이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와 김병태 소바젠 이사회 의장이 2018년 공동 창업한 회사다. 뇌 조직 내 디옥시리보핵산(DNA)을 분석하는 정밀의학을 기반으로 맞춤형 신약을 개발한다. 현재 이 교수는 소바젠의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재직 중이다. 안젤리니파마는 뇌질환 치료제에 특화된 제약사로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유럽 판권을 보유했고, 큐어버스 등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뇌질환 신약 물질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박철원(사진) 소바젠 대표는 “국내 순수기술로 개발한 맞춤형 신약이자 수술 외 치료 옵션이 없는 난치성 질환 대상 최초 신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의사 출신 기초과학자 창업 기업의 성공 사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자코포 안드레오세 안젤리니파마 최고경영자(CEO)는 “소바젠과의 파트너십으로 뇌 건강 분야에서 안젤리니파마의 선도적인 역할을 더욱 공고화했다”며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에 새로운 깊이를 더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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