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화이자(Pfizer)가 미국 바이오 기업 멧세라(Metsera)를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화이자의 인수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멧세라에 비만 치료제 후보 물질을 기술이전한 국내 기업 디앤디파마텍(347850) 주가도 치솟아 상한가를 기록했다.
화이자는 22일(현지 시간) 멧세라를 최대 73억 달러(약 10조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멧세라에 주당 47.5달러(약 6만 6000원)의 현금을 지급해 초기 인수가는 49억 달러(6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일정 성과를 달성하면 22.50달러(약 3만 1400원)를 추가로 지급하는 조건도 제시했다. 멧세라의 주력 비만약 후보 물질인 GLP-1 계열 주사제 ‘MET-097i’와 아밀린 주사제 ‘MET-233i’를 같이 쓰는 병용 요법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면 주당 10.5달러를 지급하는 식이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화이자는 멧세라 인수를 통해 비만과 대사 질환 미충족 수요를 충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화이자가 최근 2년간 추진한 인수합병(M&A)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인수는 올 4분기에 완료될 예정이다.
화이자가 멧세라 인수에 나선 것은 연이은 자체 개발 실패 때문이다. 화이자는 자체 개발 중이던 비만 치료제 임상시험에서 연이어 실패를 겪었다. 올 4월 먹는 약으로 개발해온 글루카콘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약 ‘다누글리프론’ 임상시험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2023년부터 임상 1상을 진행해온 ‘PF-0695422’의 개발도 중단한다고 공식화했다. 회사 측은 “임상 1상 데이터와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경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자체 개발보다 어느 정도 개발이 진행된 비만 치료제를 인수해 경쟁에 뛰어들려는 포석인 것이다.
화이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멧세라의 GLP-1 계열 주사제 ‘MET-097i’와 아밀린 주사제 ‘MET-233i’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게 된다. MET-097i는 현재 임상 2b상을 진행 중이며 MET-233i는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위고비와 젭바운드에서 나타나는 근육 손실 부작용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멧세라는 국내 바이오 기업인 디앤디파마텍이 관련 기술을 수출한 기업이다. 멧세라는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디앤디파마텍과 총 8억 350만 달러(약 1조 12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 6종을 도입했다. 멧세라는 이 기술을 이용해 경구용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연내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화이자의 멧세라 인수로 디앤디파마텍이 기술이전한 경구용 비만 치료제 기술이 상업화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화이자는 멧세라보다 막강한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는 물론 풍부한 인증·승인 경험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앤디파마텍은 이날 보도 내용이 알려지면서 전일 대비 4만 9600원(29.90%) 오른 21만 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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