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핵심 사업이었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1차 시추 정밀분석 결과 가스포화도가 예상보다 낮아 경제성 있는 수준의 가스를 회수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기반암·저류층·덮개암 등 지질구조는 시추 전 예상한 것과 같거나 더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시추 시료의 가스포화도는 약 6%였다. 시추 전 예상했던 가스포화도(50~70%)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치다. 앞서 최남호 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2월 진행한 브리핑에서 “가스 징후가 일부 있었지만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고 밝힌것과 궤를 같이하는 결과다.
시추 전 대왕고래 유망구조에 열적기원 가스가 매장돼있을 것이라 예상됐던 것과 달리 시추공에서는 생물기원 가스가 확인되기도 했다. 열적기원 가스는 지하 깊은 퇴적층에서 유기물 잔해가 분해되며 형성된다. 두꺼운 퇴적층에서 석유·가스가 발생해 모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상업성이 높은 유전·가스전으로 이어지는경우가 많다. 반면 생물기원 가스는 국지적 퇴적층에 잔류하고 있는 유기물층이 미생물 분해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어서 가스포화도가 낮은 편이다.
다만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지질구조는 당초 예상했던 것 이상을 양호했다는 것이 정밀분석 결과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시추 시료의 암상은 예상대로 심해에서 퇴적된 사암이었다. 심도와 두께 역시 해수면 하부 2560m 지점부터 68.5m로 시추 전 탄성파 자료 등으로 추정한 수치(해수면 하부 2572m 지점부터 69m 두께)와 거의 유사했다. 저류암의 공극률은 31%로 당초 예상(18~30%)보다 더 나았다. 공극률은 석유나 가스를 머금고 있는 암석(저류암)에 얼마나 구멍이 많이 나있는지 알려주는 지표다. 공극률이 높을수록 더 많은 석유·가스를 머금을 수 있다. 저류암 위로는 약 200m 두께의 셰일층 덮개암이 있어 생성된 석유·가스가 모일 수 있는 구조였다.
석유공사 측은 정밀분석 자료를 통해 “시추결과 저류암과 덮개암 등 석유시스템은 시추 전 예상한 바와 상당히 일치했으나 근원암에서 생성된 열적기원 가스가 대왕고래 유망구조까지는 이동하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이번에 취득한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면밀한 탐사계획을 수립하고 탐사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석유공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단독으로 7개 유망구조 중 가장 석유·가스 시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던 대왕고래에서 1차 시추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1700여 개의 시료를 전문업체인 코어랩(Core Laboratories)에 의뢰해 정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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