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금융이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와 모험자본 공급 확대 정책에 발맞춰 금융투자 업계 지원을 강화한다. 한국증권금융의 자기자본이 올해 4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자본시장 내 유동성 공급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정각 한국증권금융 사장은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창립 70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존의 ‘자본시장 안전판’ 역할을 넘어 시장 발전을 뒷받침하는 ‘성장판’으로서 역량을 키워가겠다”고 강조했다.
1955년 설립된 한국증권금융은 국내 유일의 증권금융 전담 기관으로 자본시장에 자금과 증권을 공급하고 투자자 예탁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1956년 약 700만 원에 불과했던 증권사 자금 공급 규모는 올해 상반기 평균 31조 7000억 원으로 확대됐으며 투자자 예탁금은 87조 4000억 원에 달한다.
최근 수익성 개선과 수익원 다변화로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낸 결과 한국증권금융의 자기자본은 올해 말 4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은 “자본 확충을 바탕으로 자기자본(BIS) 비율 등 재무 건전성도 개선돼 향후 자본시장 유동성 공급 능력 확대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증권금융은 유동성 공급 확대를 위해 증권사들의 담보 자산 범위도 넓히고 있다. 최근 대형 증권사 두 곳을 포함한 일부 기관이 해외 주식을 담보로 유동성을 공급받기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증권사들의 보유 자산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외화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상대방 확대, 외화채권 운용 확대, 외화사채 발행 등 조달 경로 다변화도 검토한다.
한국증권금융은 국내외 영업 인프라를 강화해 성장판으로서의 역량도 높일 계획이다. 김 사장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수원 광교에 중부센터를 개소했다”며 “반도체·인공지능(AI) 기업과 상장기업, 기업공개(IPO) 기업 등에 자금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증권사들의 해외 사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홍콩사무소를 법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재 홍콩에는 국내 증권사 6곳이 진출해 있다.
한국증권금융은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30일 국제 콘퍼런스를 열고 중국·일본·태국·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 증권금융회사들과 다자간 협력 강화를 약속하는 ‘세계증권금융 협약식’을 개최한다. 김 사장은 “주주 권익 강화라는 사회적 요구에 맞춰 중간배당 도입 등 주주친화적 배당정책도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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