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각 계열사에 그동안 추진했던 주니어 직원들에 대한 인공지능(AI) 관련 성과에 대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일상에서의 AI 활용과 체화를 강조해왔던 최 회장이 직접 이를 챙겨 SK 계열사의 인공지능 전환(AX)에 힘을 싣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최 회장은 각 계열사에 주니어 AI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현황 조사를 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그동안 SK그룹은 사업측면에서 AX에 힘을 쏟아왔지만 최근에는 일상 업무에서도 AI 활용을 높여 체화시킬 것을 강조하고 이다. 실제로 지난달 열린 '이천포럼 2025' 마무리 세션에서 최 회장은 "구성원 개개인이 AI를 친숙하게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혁신과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최 회장의 이번 지시는 'C레벨'의 AI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 못지 않게 일반 직원들의 능력과 AX도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SK그룹은 다음 달 초까지 서울 수송동 수송스퀘어에서 총 네 차례 SK그룹 최고경영자(CEO) 24명을 포함한 80여 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AI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C레벨'에 대해서는 최 회장이 직접 챙길 수 있지만 직원들에게까지는 시야가 이르지 못하는 만큼 각 계열사가 진행 중인 교육이나 업무 활용 등의 성과를 자신에게 보고하게 함으로써 현황을 파악하고 방향을 잡아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SK그룹의 각 계열사도 직원들의 일상에서 AI 체화와 관련한 다양한 조직과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CEO 직속의 'AI 파이어니어 그룹'을 만들었다. 소수의 엘리트 조직이 일방적으로 변화를 주도하기보다는 각 조직의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챗GPT를 도입해 업무에 활용하고 있으며 다앙한 업무 지원 기능도 자체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000660)는 사내 메신저 큐브를 통해 2500명 이상이 참여하는 '생성형 AI/LLM(거대언어모델)' 공유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곳에서 AI 소식이나 AI 적용 사례를 활발하게 공유하고 있다. 직원들이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개발해서 공유하고 검증하면서 AI 역량을 키우고 있다.
최 회장이 직원들의 AI 역량 향상과 체화를 강조하는 것은 AI 활용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이 결국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 궁극적으로는 리밸런싱 등을 통해 AI 중심 기업으로 진화해나가는 SK그룹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SK그룹은 80년~90년대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수직 계열화를 성공해 한 단계 도약하면서 거대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제는 AI산업을 중심에 두고 SK그룹 각 계열사의 주력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데이터센터, 소버린 AI 등을 이끌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기존 화석연료가 아닌 AI 산업에 필수적인 차세대 에너지 사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처음 상용화해 이제는 AI 시대의 핵심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직원들까지 바뀌지 않으면 최고경영자의 의도대로 기업이 굴러갈 수없다"며 "직원들의 성과까지 챙기는 것은 그런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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