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할 때 쓰이는 주요 수입 소재들의 관세를 내년에 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산 반도체에 100% 품목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국내산 반도체의 기초 원가 경쟁력을 높여주겠다는 목표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도가니, 탄소복합재(CCM), 그라인딩휠 등 총 8종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 장비용 소재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과세 당국인 기획재정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기존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었던 석영유리기판 등에 더해 반도체 웨이퍼용 소재에도 세금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다.
웨이퍼는 고순도 실리콘을 초고온 도가니에서 녹여 원기둥처럼 생긴 잉곳을 만든 뒤 이를 디스크 모양으로 얇고 평평하게 잘라 만드는 반도체 원판이다. 웨이퍼 기판 위에 각종 공정을 거쳐 회로를 새긴 뒤 잘라내고 패키징 공정을 거치면 최종 반도체가 만들어진다. 반도체는 워낙 공정이 복잡해 각 단계마다 수없이 많은 소재가 필요한데 이번에는 특히 웨이퍼 생산과정에서 잉곳을 갈아내거나 깨끗이 닦아내는 소재들에 대해 관세 부담을 낮춰주기로 한 것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국내 유일의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이 혜택을 보겠지만 국내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서 관세 상쇄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실트론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DB하이텍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들에 모두 제품을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일본·대만·독일 업체들이 웨이퍼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 조치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더욱 과감한 정부의 산업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관세뿐 아니라 중국 공장에 대한 장비 수출 제한 등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국내 각종 노동 규제도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할당관세의 최종 적용 여부는 기재부 심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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