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서울 성수동 롬앤 핑크 오피스. 롬앤(rom&nd)이 올해 5월부터 상시 운영 중인 플래그십 스토어 ‘핑크 오피스’에는 평일 오후에도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다들 직접 틴트를 발라보거나 제품을 꼼꼼히 살펴보는 데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평소 롬앤 제품을 애용한다는 일본인 유이(22)씨는 “한국에 오게 되면 꼭 사야겠다고 생각해 방문했다”며 “오늘 이미 올리브영을 방문했지만, 롬앤 매장은 인테리어도 아기자기하고 틴트와 치크 등 더 많은 제품을 구경할 수 있어서 따로 찾아왔다”고 말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필수 코스’가 면세점에서 올리브영으로 옮겨 간 데 이어, 최근에는 개별 K뷰티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로 확장되고 있다. K뷰티 브랜드에 대한 ‘팬덤’이 형성되면서 단순 구경이 아닌 ‘구매 목적지’로 플래그십 매장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의 관광 쇼핑 동선은 기존 관광 명소나 서울 중심 상권 대로변에서 뷰티 플래그십 스토어가 자리한 도심 골목 골목까지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롬앤에 따르면, 올해 5~7월 성수동 롬앤 핑크 오피스 매장 결제 건수는 월 평균 약 2만 건에 달했으며 이 중 택스리펀드(면세 환급) 매출 비중이 약 60%에 육박했다. 주 고객이 외국인 관광객인 셈이다. 롬앤 관계자는 “외국인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매우 높아 매장 오픈 전부터 건물 앞에 길게 줄을 서는 모습도 흔하다”며 “올리브영에 방문했더라도 더 많은 상품을 보고 싶어 롬앤 플래그십 스토어를 일부러 찾는 고객들도 많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롬앤 핑크 오피스를 찾는 이유는 이곳에서만 롬앤 브랜드의 전 제품 라인업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리브영이 여러 브랜드 제품을 취급하는 멀티숍이라면, 플래그십 스토어는 특정 브랜드의 전 라인을 체험할 수 있는 매장이라 충성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리지(23) 씨는 “가장 좋아하는 K뷰티 브랜드인 롬앤의 모든 색상을 구경하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8월 초 문을 연 서울 성수동 라카 매장 역시 구매 고객 중 외국인 비중이 약 60%에 달했다. 라카 관계자는 “매장이 대로변이 아닌 골목 안쪽에 위치했는데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부러 찾아온다”면서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그 브랜드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있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꼭 방문하려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서울 삼청동 인근 ‘조선미녀’ 플래그십 스토어 역시 상황이 비슷했다. 조선미녀의 방문객의 80%는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 출신 관광객으로, 대부분 본인을 ‘조선미녀의 팬’이라고 직접 소개했다. 이들은 조선미녀 제품을 현지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만 진행하는 할인 행사에 면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서다. 이에 선크림을 한 번에 40개씩 사가는가 하면, 100만 원어치를 한 번에 결제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내나 여자친구·지인에게 줄 선물 리스트를 꼼꼼히 작성해 와서 화장품을 사가는 남성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조선미녀 관계자는 “최근 매장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지나가다 들리는 게 아니라, 원래 조선미녀 제품을 쓰던 팬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