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양자과학 전문가인 김정상 미국 듀크대 교수가 17일 “요즘 기업이 탄생해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르는 데 20~30년 걸린다”며 “양자 분야는 젊은이들이 지금 창업해 가장 큰 회사를 만들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날 경주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 강연자로 나와 “양자는 이제 막 시작 단계인데 몇 년 안에 (세상에) 큰 영향을 줄 기회가 많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과학적 발견이 기술 혁명을 통해 큰 산업으로 전환하는 데까지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리지만 유용성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진단했다. 인공지능(AI)의 사업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 무렵 챗GPT가 출현한 뒤 하루 아침에 일상으로 다가온 것처럼 양자컴퓨터 시장 역시 어느 순간 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 현상을 활용해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빠르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가 점차 소형화와 대량생산을 통해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그는 “양자컴퓨터는 현재 방 하나를 가득 채울 만한 큰 장비인데 10년 전에는 굉장히 엉성한 실험실 장비들이 점점 체계화해서 상업화할 수 있게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컴퓨터를 보듯 개인화된 양자컴퓨터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양자컴퓨터와 기존의 컴퓨터가 보완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효율적인 기존 컴퓨터의 툴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고 (기존 컴퓨터가) 못하는 10%를 양자가 보완해주는 방식으로 갈 수 있다”며 “하이브리드 컴퓨팅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양자컴퓨터가 암호 체계를 무력화해 국제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김 교수는 “창이 완성되기 전에 방패를 만들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평했다. 양자컴퓨터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얘기다. 그는 “7~8년 전부터 미국 정부를 중심으로 양자컴퓨터로 깰 수 없는 암호 체계가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세계적인 양자 과학 전문가인 김 교수는 양자컴퓨팅 기업 아이온큐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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