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 유럽연합(EU)과 멕시코에 3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지만 뉴욕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거듭되는 고율 관세 발표가 8월 전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 전략일 뿐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면서다. 비트코인은 12만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했고 이 여파로 가상자산 관련 기업의 주가도 상승했다.
14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88.14포인트(+0.20%) 오른 4만4459.65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8.81포인트(+0.14%) 오른 6268.5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54.80포인트(+0.27%) 뛴 2만640.33에 장을 마감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가 1% 이상 떨어졌다. 의료건강과 소재, 기술도 하락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0.52%, 0.06% 하락했다. 애플도 1.2% 떨어졌다. 반면 아마존과 테슬라는 각각 0.3%, 1.08% 상승했다. 미국 인공지능(AI) 방산업체 팔란티어는 4.96% 뛰었다.
월가의 美 실효관세 시나리오는…1.5%(취임전) →13%(현재)→15~17%(최종)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멕시코와 EU에 30%의 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주요 무역 상대국들에게는 더 나은 조건을 협상하지 못할 경우 8월 1일부터 새로운 관세율이 적용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EU에 새로 부과한 30%는 당초 4월 상호관세가 처음 발표됐을 때 EU에 적용한 20%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 만 월가는 무역 전쟁의 강도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았다고 보는 분위기다. 모건스탠리 산하 이트레이드의 크리스 라킨은 “최신 관세 관련 보도들이 쏟아졌음에도 주식시장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은 투자자들이 점점 이에 무감각해지고 있거나, 결국 관세 위협은 실질적 영향보다 말 뿐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월가기관들의 실효관세율 전망에서도 드러난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마크 하펠레는 “우리는 백악관의 최근 움직임을 협상 전략으로 보고 있으며, 미국 실질 관세율이 15% 정도로 정착될 것이라는 기본 시나리오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22V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전망은 17%다. 현재 미국의 실효관세율은 13~14%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에는 1.5%였다. 즉 시장은 8월 1일이 도래하더라도 취임 이후 지금까지 부과한 관세와 비교하면 훨씬 적은 수준의 추가 관세만이 부과될 것이라고 본다는 의미다.
이같은 전망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의 여지를 내비치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취재진의 EU와의 무역 협상 관련 질의에 “서한이 협정이며 더 협상할 게 없다”고 말하면서도 “EU를 포함해 우리는 대화에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EU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내부에서 협상을 이어나가겠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EU 27개국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외교이사회 통상 부문 회의에서 대미 협상을 이끄는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에게 협상 진행 상황을 공유받고 향후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장은 “우리 쪽에서는 합의 타결에 매우 근접했다고 느끼고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 서한에 유감을 표명했다. 하반기 EU 의장국 덴마크의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외무장관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모든 회원국이 미국의 ‘30% 관세’를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EU는 무역 전면전을 피하려 8월 1일까지 협상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이다. 프랑스는 협상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 등 더 강경한 대응 수단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ACI는 비상 상황을 위해 마련된 도구”라며 “우리는 아직 그 상황에 이르진 않았다”라고 선을 그었다.
6월 CPI에 쏠린 눈, 비트코인은 신고가 행진
현재 시장의 단기적 관심은 15일로 예정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시장은 대체로 6월 들어 인플레이션의 상승폭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에 따르면 전월 대비 6월 CPI 상승률은 0.3%로 직전월 0.1%에서 오름폭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년 대비 상승률도 5월 2.4%에서 6월 2.7%로 높아질 전망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월 대비 상승폭이 같은 기간 0.1%에서 0.3%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년대비 상승률은 2.8%에서 3.0%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린서플 자산운용의 시마 샤는 “지금까지 인플레이션 압력은 미미한 상태를 유지해왔지만, 관세는 결국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져 지표를 끌어올리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는 일정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수치가 나오더라도 증시의 큰 흐름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직 관세 정책과 그 영향을 지켜보는 단계라는 것이다. 쏜버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조시 루빈(Josh Rubin)은 “이번 주 발표될 지표들 가운데 어느 것도 포트폴리오 포지셔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만큼 중대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않다”며 우리는 여전히 관세 정책과 연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플레이션, 고용, 지정학적 정세 등을 지켜보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12만3165.67달러를 기록하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다소 하락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12만 달러 이상에서 거래됐다. 최근의 상승은 그동안 불명확했던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가 시장 친화적 방식으로 명확하게 규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비롯됐다. 대한미국 하원은 이번 주를 ‘크립토 위크’로 지정하고 일명 ‘가상자산 3대 법안’ 심의에 나선다. 3대 법안은 △클래리티 법안(가상자산 명확화 법안) △반(反)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감시국가법 △지니어스 법안(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이다.
호라이즌 인베스트먼트의 리서치 책임자인 마이크 딕슨은 “현재 하원에 진행 중인 암호화폐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전반적으로 가상자산은 제도화되고 더욱 자산군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SPI자산운용의 스티븐 이네스는 “강력한 규제 기반을 마련하는 모멘텀이 정체되면 시장은 불트랩(bull trap)으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대감에 진입했지만 하락반전하는 순간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다.
가상자산 관련주는 상승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3.78% 올랐으며 코인베이스는 1.80% 상승했다. 서클은 9.32%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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