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업계에 인투셀(287840)발 특허 리스크가 확산되고 있다.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업 인투셀의 주력 약물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특허가 중국에서 먼저 출원된 사실이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인투셀의 ADC 플랫폼을 도입했던 에이비엘바이오(298380)는 기술이전 계약을 해지했고, 내년까지 인투셀과 최대 5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할 계획이었던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특허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인투셀과 신약 후보물질을 공동개발 중인 와이바이오로직스(338840)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인투셀의 페이로드(약물) ‘NxT3’(넥사테칸3)과 유사한 특허가 최근 중국에서 먼저 출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ADC는 유도장치인 항체, 이를 약물과 연결하는 링커, 그리고 최종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약물로 구성된다. 인투셀은 NxT3가 기존 의약품인 트로델비(약물 SN-38)나 엔허투(DXd)보다 2~5배 이상의 약효를 보인다고 주장하며 주력 약물로 개발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같은 물질이 먼저 특허를 출원해 이 물질을 사실상 ‘사용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인투셀은 “문제가 된 물질은 30종 이상의 약물로 구성된 넥사테칸 시리즈 중 하나”라며 “중국 특허는 출원 당시 비공개 상태였던 18개월 보호기간 중 공개된 것으로 당시에는 확인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이어 “고객사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문제가 된 특허는 라이선스 인을 추진하고 있다”며 “나머지 넥사테칸 약물의 특허권은 유효할 것으로 예상하며 개발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 끼친 특허 리스크는 상당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체결한 넥사테칸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이 문제를 이유로 전날 공식 해지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특허 문제를 해결하거나 권리를 확보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최종적으로 조율되지 않았다”며 “특허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해당 기술을 다시 쓰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내 임상시험계획서(IND) 제출 예정인 이중항체 ADC는 인투셀이 아닌 시나픽스의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말까지 인투셀에 14억 원의 초기 선급금과 물질제조비를 지급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도 “인투셀과 공동개발 중인 B7H3 타깃 ADC 후보물질 ‘YBL-015’는 인투셀의 넥사테칸이 아닌 별개의 약물을 활용하기에 이번 특허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밝히며 시장 불안 진화에 나섰다.
특히 신약개발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삼성에피스는 기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약 개발에 도전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이를 위해 2023년 인투셀과 링커 및 약물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고 3년간(2년 연장 가능) 최대 5개의 ADC 후보물질을 발굴하기로 했다. 일부 물질은 현재 전임상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하지만 공동개발 파트너인 인투셀의 기술에 문제가 생기면서 자칫하면 신약개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삼성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항체 기술에는 강점이 있지만 ADC 신약에서는 링커와 약물이 핵심”이라며 “만약 약물 부분에서 또다시 특허 문제가 발생하면 개발 지연은 불가피하고 초기 진출이 중요한 신약 사업에서는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에피스는 다양한 특허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투셀과의 계약이 단순 기술이전이 아닌 공동연구 방식이기 때문에 이번 특허와 관련한 해결책을 찾는다면 신약 개발 로드맵에는 큰 지장이 없을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기업이나 특허를 매입하는 방법, 사용료를 지불하면서 신약개발을 이어가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어떤 경우이든 수익성에는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18개월의 특허 보호기간이 지난 후에 문제가 발견된 만큼 삼성에피스도 사전에 이 같은 문제를 알긴 어려울 것”이라며 “공동개발 방식인 만큼 인투셀과의 계약 해지보다 선출원 특허를 인수하거나 사용료를 지불하는 식으로 공동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인투셀은 에이비엘바이오와의 계약 해지 소식이 알려진 이날 정규장에서 전날 대비 25.90% 하락한 2만 8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인투셀은 올 5월 23일 공모가 1만 7000원에 코스닥에 상장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