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상순부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전력 당국이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 기간’을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여름철 최대 일일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치보다 높은 97.8GW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부는 10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여름철 전력 수급 전망 및 대책’을 보고했다. 이날부터 9월 19일까지 72일간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 기간을 운영하며 수요-공급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내용이다. 전력 당국은 냉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겨울철과 가정·상업용 전력 수요가 연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봄·가을철 경부하기에 전력수급 대책 기간을 운영한다.
올해는 전력 수급 대책 기간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전력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8일 일일 최고 전력 수요는 95.7GW로 역대 7월 중 가장 높았다. 이제 막 7월이 시작됐는데 여름철 전체 최고 기록인 지난해 8월 20일 97.1GW의 코앞까지 수요가 치솟은 것이다.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 영향이 겹치며 한반도에 열돔 현상이 찾아온 데다 중부지방에서는 북동풍이 불 때 발생하는 푄 현상이 더해져 불볕더위가 지속된 탓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권에서는 도심 지역의 기온이 근교보다 높아지 열섬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낮 최고기온을 끌어올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는 올해 여름철 일일 최대 전력 수요가 기존 최고 기록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는 8월 둘째주 평일 오후 5~6시께 94.1~97.8GW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기상청은 올해 8~9월 기온이 예년보다 높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어 수급 대책 기간 넘어 9월 내내 늦더위가 이어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와 전력 유관기관들은 이같은 무더위 속에서도 전력 수요-공급에 문제가 없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유휴 설비 정비를 조기에 마쳐 총 설비용량을 지난해보다 1.2GW 더 많은 106.6GW 확보한다. 이렇게 되면 정부 전망대로 전력 수요가 97.8GW까지 올라도 예비율은 8%대(8.8GW)를 유지할 수 있다.
전력 당국은 평소 예비 설비가 10GW 이상이 되는 것을 목표로 수급 상황을 관리한다. 대형 원자력 발전소(1.4GW) 7개 분량의 전원을 예비 설비로 남겨둔다는 의미다. 다만 전력 수요가 연중 최고치에 근접하는 여름·겨울철에는 예비 설비가 10GW 이하로 떨어지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당국은 예비력이 5.5GW까지 하락하면 전력 수급 경보 중 가장 낮은 단계인 ‘준비’를 발령한다. 이후 4.5GW부터는 ‘관심’, 3.5GW부터는 ‘주의’, 2.5GW부터는 ‘경계’, 1.5GW부터는 ‘심각’이 각각 발령된다.
산업부는 공급 예비력 확보와 별개로 자연재해로 인해 주요 대형 발전소가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정해 수요관리 등의 방식으로 8.7GW의 예비 자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탄 발전소의 출력을 높여 공급량을 늘리거나 전기 다소비 시설의 가동을 감축하고 전압을 조절해 수요를 낮추는 방식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아직까진 예비력이 충분히 예상보다 높은 기온에도 전력수급에 차질이 없다”면서도 “폭염·태풍·설비 고장 등 위기상황이 벌어져도 국민의 전력 사용에 불편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는 전력 수급 비상 상황이라 해서 취약계층이 냉난방기를 사용하지 못해 온열질환에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정책 지원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정부는 7월 1일부로 취약계층에 연간 전체 에너지 바우처 지급액(최대 70만 1300원)을 일시 지급했다. 7~8월에는 전기요금 누진제 구간도 일부 완화해 서민 전기세 부담을 줄인다. 이에 따라 7~8월 평균 406kW를 사용하는 4인 가구의 전기세는 월 9만 2530원에서 7만 4410원으로 1만 8120원(16.8%) 할인될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