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으로의 '머니 무브'가 탄력을 받는다면 코스피 3400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진우(사진)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증시의 지형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예전엔 반도체를 보며 코스피를 말하곤 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계속 뒤바뀌거나 화장품 업종이 강세를 보이는 등 구조적으로 강세장의 느낌이 든다”고 짚었다.
실제 투자자들 사이에서 상반기 증시의 대세 종목과 관련해 '지금조방원(지주회사·금융·조선·방위산업·원전)'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특히 방산은 유럽, 중동 등 각지에서 대규모 수출 계약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상반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수익률 1, 2위를 모두 차지하기도 했다. 그간 국내 증시를 이끈 반도체와 자동차 이외의 산업들이 전면에 부상하며 주도주의 외연이 확장된 모습이다.
이 센터장은 “상반기 코스피는 28% 정도 상승했는데 실적보다는 정부 기대감과 정책 변화에 대한 신뢰가 이끈 장세”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각에서 코스피를 '버블 장세'라고 지적한 데 대해 "속도의 측면에서 빠르다는 건 동의하지만 3000선이라는 레벨 자체를 기준으로 보면 거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하반기 코스피의 상단으로는 3400선을 제시했다. 이 센터장은 “차익 실현에 따른 단기 조정은 있겠으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을 과거 역사적 고점 수준인 12~13배로 적용하면 충분히 가능한 숫자”라며 “증시에 관심이 많은 정부의 노력 여하에 따라 추가 랠리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현재의 자금 유입은 시작 단계로 정부의 시장 친화적 정책이 구체화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투자 자금이 증시로 흘러 들어가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과도 맥을 잇는다. 그는 "상법 개정안 통과는 '첫 삽이 떠진 상황'으로 투자자들에게 직접 인센티브까지 주어지는 배당소득세 분리과세까지 진전이 생긴다면 머니 무브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경우 '지금조방원'과 화장품 업종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센터장은 "주도주는 상반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구조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산업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경기 사이클 등 흐름을 타는 종목보다는 국가 차원의 투자와 전략적 육성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사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장(미국 증시)' 일변도인 투자자들에게는 전략 다변화를 제안했다. 이 센터장은 "지금 시장의 핵심 메시지는 미국만 올라가는 예외주의적 흐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것"이라며 "미국의 리더십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하되 중국이나 신흥국 종목 비중도 조절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화두가 된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이 센터장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에 있어서 기본 통용 수단이 될 것"이라며 "대항마로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생태계를 제도적으로 적절히 구축해 놓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 가상화폐 기업 로빈후드 등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넓히는 미국 산업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한국만의 경쟁력을 가질만한 부분을 잘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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