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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은 시작일 뿐…제도 보완·세제 지원 등 과제 산적 [선데이 머니 카페]

대주주만 유리한 의사결정 어려워

재료 소멸로 코스피 2% 하락 전환

재계선 경영권 방어 등 보완 요구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정책도 필요

한국식 지배구조 해법 모색 목소리도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초부터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상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기존 개정안에서 3%룰과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는 내용까지 포함되면서 더욱 강력해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3%룰은 사내이사뿐만 아니라 사외이사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내용입니다.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배주주에게만 유리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구체적으로는 특정 계열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사업 기회 유용, 부실 계열회사에 대한 자금 대여, 순환출자 형성, 불공정한 합병 비율,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등이 이뤄질 경우 이사회에 책임을 묻게 될 것이란 분석입니다. 3%룰로 행동주의 펀드나 소액주주 연대가 추천하는 감사위원 후보가 이사회에 진입할 길도 넓어졌습니다.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겠으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을 예상하는 증권사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자마자 주가는 큰 폭 하락했습니다.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상법 개정 재료 소멸 등으로 4일 코스피 지수는 3054.28로 전 거래일보다 1.99%나 내렸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의 자기자본비용(COE) 중 거버넌스 리스크 프리미엄이 축소되는데 이를 반영한 주가순자산비율(PBR) 리레이팅 여력을 10% 정도로 추정했습니다. 지난해 말 코스피 100 종목 PBR이 0.94배였는데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코스피 PBR이 1.03배까지 오른 걸 보면 상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상태라고 봤습니다.

재계가 우려했던 대로 각종 부작용도 예상됩니다. 이사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소송 리스크 증가, 경영권 공격과 주주 관여 활동 확대, 주주 간 이견 발생 시 의사결정 지연 등으로 기업의 일상적인 경영 활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정부도 상법 개정 영향을 피할 순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4일 한국전력 주가가 3만 6900원으로 2.79% 오르고, 한국가스공사도 4만 7350원으로 8.11% 상승한 것을 두고 상법 개정 영향으로 해석하는 분위깁니다. 두 회사 모두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물가 관리 기조 등에 따라 요금을 제때 인상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이것이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되면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에 전기·가스 요금을 내릴 수 없을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경제 8단체는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 활성화와 공정한 시장 여건 조성이라는 법 취지는 공감하지만 이사의 소송 방어 수단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겁니다. 또 3%룰로 인해 투기세력에 따른 감사위원 선임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경영 판단원칙 명문화, 배임죄 개선,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 등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집중투표제와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등 더욱 강력한 상법 개정안을 준비할 것으로 보입니다. 집중투표제와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등은 모두 소액주주들의 이사회 진입을 용이하게 만드는 제도입니다. 경영계에선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상법 개정안이 일단 통과됐으나 앞으로도 갈 길이 먼 셈입니다.

이외에도 국회에 발의돼 있는 소득세법 개정안, 상속·증여세법 개정안 처리 여부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장주식을 증여·상속할 경우 PBR이 0.8배인 상장사는 주가가 아니라 순자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자는 내용입니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으나 이 대통령의 ‘원칙적 자사주 소각’ 방침에 따라 자사주 소각에 대한 규제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정부가 목표로 하는 코스피 5000을 달성하려면 자본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갈수록 커집니다. 현재는 연 2000만 원 이상 이자·배당소득이 발생하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면서 최고 49.5% 세율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지배주주가 배당 확대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일반 투자자도 비례적으로 혜택을 받는 만큼 명분도 충분합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상법 개정이 소수주주 보호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장치라면 자본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상속·증여세 제도의 합리적 완화, 배당 분리과세 도입, 자사주 처리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 등이 필요하다”며 “상속·증여세를 완화해 대주주가 지배권 유지를 위해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유인을 줄이는 동시에 기업가치 상승을 유도한다면 정부 입장에선 더 많은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고 했다.

상법 개정과는 별개로 한국식 지배구조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용두 삼일회계법인 고문(성균관대 경영학과 초빙교수)은 최근 삼일PwC 거버넌스센터에 기고문을 내고 한국 기업지배구조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영미권에서 주도 도입한 전문경영인 체제도 단기주의 등 부작용이 제기되는 만큼 오너경영 체제의 장기 성장 도모 등 장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조 고문은 스웨덴 발렌베리,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와 같은 북유럽식 지배구조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북유럽 국가들은 창업주 가족이 주식을 재단에 이전하면 상속세를 대부분 감면하고 차등의결권을 인정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보호하는 동시에 장기 목표를 갖고 사업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조 고문은 “한국도 3세 경영으로 접어들면서 대기업들이 높은 상속세율 등으로 예상치 못한 변화에 직면한 만큼 기업들이 혁신과 장기 성장에 집중하도록 제도상 위험 요인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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