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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디지털화폐 석달 실험에 210억…원화 코인 '머니게임' 예고

[판 커지는 스테이블 코인]

1개당 평균 유치 비용 약 26만원

금융권, 상표권 출원 등 사전작업

코인 거래소, 판촉비 수천억 전례

시장 본격 조성땐 출혈 전쟁 예상

이자 환급 등 혜택 고도화 전망도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 서울에서 열린 비트코인 서울 2025에서 스테판 리베라 비트코인 팟캐스터, 데니스 포터 사토시액션펀드 대표가 '트럼프 행정부의 비트코인 정책'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4월부터 6월 말까지 진행한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1단계 실험에 마케팅 비용만 최소 21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됐다. 이 기간 개설된 예금 토큰 지갑은 약 8만 개로 지갑 1개당 평균 유치 비용이 약 26만 원에 달한 것이다. 실험 단계에서조차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조성되면 점유율 확대를 둘러싼 출혈성 마케팅 전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의 1단계 CBDC 예금 토큰 실험에 참여한 7개 시중은행은 각각 최소 30억 원 이상의 마케팅 예산을 집행했다. 단순 합산만으로 210억 원가량을 투입한 셈이다. 한은의 별도 예산까지 포함하면 총비용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CBDC를 기반으로 한 예금 토큰은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스테이블코인과 유사하다고 평가받는다. 한은과 시중은행이 손잡고 1차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단기간에 수백억 원 규모의 마케팅 비용이 투입된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고객 유치를 위한 출혈 경쟁이 본격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금융권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위한 사전 작업에 돌입했다. 카카오뱅크·국민은행·카카오페이 등은 ‘KRW’를 포함한 다양한 조합의 상표권을 잇따라 출원하며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글로벌 사례를 참조한 행보다. 미국에서는 테더와 서클이 각각 ‘USDT’ ‘USDC’를 출시해 초기 시장 선점에 성공하며 달러화(USD)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양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고객 유치를 위한 가상자산 업계의 마케팅 규모를 볼 때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마케팅 비용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지난해 신규 고객 82만여 명을 유치하는 데 광고선전비와 전산운영비로 총 751억 원을 투입했다. 2위 사업자인 빗썸도 지난해 광고선전비 285억 원, 판매촉진비 1637억 원을 각각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산업에서는 초기 선점 효과가 중요한 만큼 고객 확보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구조”라며 “스테이블코인 시장 역시 유사한 흐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고객망과 플랫폼 사업망을 활용한 통합 모객 전략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은 이번 CBDC 실험에서 자사 배달 앱 ‘땡겨요’ 할인 쿠폰을 제공하며 참여를 유도했다.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은 홍콩의 ‘리닷페이’ 모델을 벤치마킹해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플랫폼 확장을 타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리닷페이는 테더를 충전해 애플페이·구글페이와 연동하고 실물 카드로 비자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한 글로벌 결제 플랫폼이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모델이 도입될 경우 스테이블코인이 실생활 결제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마케팅 수단도 점차 고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한 할인 쿠폰이나 포인트 적립을 넘어서 일부 사업자가 예치금에 대한 이자를 소비자에게 환급하는 방안을 적용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수익원이 국채 등 안전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입인 만큼 이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직접 혜택을 제공하는 새로운 유인책으로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러한 방식은 현행법상 ‘유사수신’으로 간주될 소지가 있어 제도 정비가 선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은 민간의 화폐 창출 이익을 엄격히 제한하며 스테이블코인을 영국중앙은행 규제하에 편입했다. 준비 자산을 전액 중앙은행에 예치하고 1대1 교환을 의무화하는 등 강력한 통화 단일성 원칙을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 역시 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공존하는 제도 설계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규제를 과도하게 설정할 경우 민간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완화하면 글로벌 플랫폼에 국내 중소사업자가 배제되거나 금융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한은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영국중앙은행과 같은 극단적인 규제 사례는 오히려 민간사업자의 진출 유인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규제가 없으면 대형 펀드를 등에 업고 국내에 진출하는 글로벌 사업자들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어 절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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