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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디스플레이 산업의 생존법

노우리 산업부 기자


한 국가가 특정 산업에서 패권을 쥐게 되는 과정은 마치 자전거 경주 같다. 기술혁신과 선제 투자라는 민간 차원의 노력이 한쪽 페달이라면 높은 문턱이나 장애물을 피할 수 있도록 돕는 정부 지원이 나머지 페달이다. 두 페달을 균형 있게 밟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순간이 대표적인 예다. 1990년대 말 아시아 경제위기로 일본이 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투자를 망설일 때 한국 기업들은 과감하게 선행 투자를 단행하고 기술 개발을 이어갔다. 정부도 선도 기술 개발사업 등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하고 국내 생산이 불가한 장비에 할당 관세를 추진하며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 그 결과 한국은 2004년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LCD 1위에 올랐고 14년간 자리를 지켰다.

1위를 지키는 사이 페달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안도감에 젖어 정부가 투자와 지원을 소홀히 하는 동안 중국 정부는 디스플레이 산업에 천문학적인 지원을 퍼부었다. 우리 기업들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라는 신시장을 개척해 바퀴가 멈추는 것은 막았지만 속도는 현저히 느려졌다. LCD 시장 1위는 결국 중국에 넘어갔고, OLED마저 쫓기고 있다. 마이크로 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이미 중화권 기업들이 생태계를 장악했다.

업계에서는 세액공제를 받아야 할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지원책인 직접 환급제나 국가전략기술의 세액공제 이월 기간 연장 등 조금 더 직접적인 차원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탠덤 OLED 등 저전력과 높은 휘도를 구현하는 프리미엄 기술 면에서는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있으니 선제 투자를 위한 기반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실제 양산까지 최소 3~4년 이상 소요되는 만큼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의 지원책이 필요하다.



반도체가 인공지능(AI) 산업의 두뇌라면 디스플레이는 ‘눈’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 우리 산업은 세상과 소통하는 눈을 잃게 된다. 이제는 나머지 한쪽 페달을 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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