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제 에너지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국내 에너지 기업의 실적이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체 화력발전량은 줄었지만 원가 부담이 줄어 이익률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2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한국전력 5개 발전 자회사의 2025년 1분기 영업이익은 총 6016억 원으로 전년 동분기(3155억 원) 대비 90.67% 증가했다. 원자력·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증가하면서 화력발전을 주력으로 하는 5대 발전사의 매출액은 8조 674억 원에서 7조 2450억 원으로 1년 만에 10.2% 줄었지만 수익은 대폭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 원가도 7조 6019억 원에서 6조 4867억 원으로 14.7% 떨어졌다.
매출 원가가 크게 하락한 것은 국제 에너지원 가격이 수년째 하락한 데다 지난해 말 계엄 효과로 급등했던 환율도 점차 안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의 기준이 되는 헨리허브지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참이던 2022년 8월 MMBTU(열량 단위)당 9.85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올해 들어서는 2.93~4.491달러 범위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LNG 도입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역시 4월 이후 배럴당 60달러 내외를 유지하는 추세다. 여기에 지난해 말 계엄 선포와 탄핵 사태를 거치며 달러당 1500원 선을 위협하던 환율도 2일 1373.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에 에너지 공기업들의 원자재 도입 가격도 하락세다. 5대 발전사 중 전력 판매량이 가장 높은 남동발전의 1분기 발전용 LNG 도입가는 톤당 106만 5666원으로 지난해 평균(116만 6004원) 대비 8.6% 감소했다. 국제 LNG 가격이 최고조에 달했던 2022년 평균 도입 가격(158만 849원)과 비교하면 32.6% 낮은 수치다. 남동발전의 유연탄 도입 단가 역시 2022년에는 톤당 28만 4185원에 달했지만 2023년 21만 3607원, 2024년 17만 8677원 등으로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국제 LNG 가격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한국가스공사의 민수용 미수금 증가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가스공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8339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9.5% 감소했다. 국내 수요량은 큰 변화가 없는 반면 가격이 하락한 결과다. 다만 2021년 1조 7656억 원에서 2024년 14조 476억 원으로 3년 만에 12조 2880억 원 불어났던 민수용 미수금 증가 폭은 올해 1분기 395억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LNG 국제 가격 상승 폭에 맞춰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을 올리지 못해 차액을 고스란히 미수금으로 쌓아왔는데 LNG 가격이 떨어지면서 미수금 상승 폭도 둔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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