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100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선에서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24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국내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가상자산 보유 금액(보유 가상자산 시가평가액)은 104조 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집계가 시작된 지난해 7월(58조 6000억 원)과 비교하면 5개월 만에 77.6%나 증가하며 2배 가까이 불었다.
투자 대기성 자금인 예치금 규모는 같은 기간 4조 9000억 원에서 10조 7000억 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월별 일평균 거래 대금은 2조 9000억 원에서 17조 2000억 원으로 6배 가까이 늘었다.
한은은 “가상자산에 우호적 입장을 표명해온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예치금, 가상자산 보유 금액, 거래 대금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미국·홍콩 등의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유럽연합(EU)의 가상자산규제법(MiCA) 시행에 따른 규제 불확실성 해소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다만 가상자산의 경우 가격 변동이 큰 편이라 최근에는 시가총액이 다시 100조 원을 하회하는 추세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전반적으로 커지면서 규제 논의도 본격화됐다. 지난해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를 골자로 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됐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가상자산위원회는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확대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 수립 등을 중심으로 2단계 입법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하도록 설계한 가상자산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지급수단적 특성을 내재한 만큼 중앙은행 정책 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어 별도의 규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며 “입법 논의에 참여해 중앙은행 관점에서 규제 방향에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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