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선업계 1위 LS(006260)전선이 2위 대한전선(001440)과의 특허 침해 소송에서 재차 승리했다. 대한전선은 1심 판결 배상액의 3배에 달하는 15억여원을 LS전선에 물어줘야 한다. 두 회사는 ‘노다지’로 불리는 해저케이블 시장에서도 격돌하는 만큼 법정다툼을 포함한 갈등은 더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허법원 제24부(부장판사 우성엽)는 13일 LS전선이 대한전선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손해배상 등의 청구 소송 2심 재판에서 LS전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고 피고 대한전선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대부분 유지하며 LS전선 주장을 받아들여 배상액을 기존 4억9623만 원에서 15억여원으로 높였다. 또 대한전선 본점과 사업소, 영업소 등에서 보관 중인 이 사건 관련한 제품을 폐기하라고 판결했다.
LS전선은 “기술력과 권리를 인정한 중요한 결정”이라며 “핵심 기술을 지키기 위해 기술 탈취에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전선은 “LS전선의 특허와 유사한 특허가 이미 존재한다는 점을 들었지만 인정되지 않아 아쉽다”며 “판결문을 면밀하게 검토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이번 소송전은 2019년 시작됐다. LS전선은 당시 대한전선이 제조·판매하는 부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제품에 대해 자사 특허권 침해를 주장했다. 부스덕트는 건축물에 전기 에너지를 전달하는 배전 수단이다. 조인트 키트는 부스덕트를 잇는 부품이다. LS전선은 조인트 키트 외주 제작을 맡았던 직원이 2011년 대한전선으로 이직한 후 대한전선이 유사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기술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2022년 진행된 1심 재판부는 “대한전선의 제품 판매는 LS전선의 특허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부스덕트 부품에서 시작된 양사 갈등은 전선 업계 수퍼사이클을 타고 확대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LS전선만 참여하던 해저케이블 시장에 대한전선이 뛰어들며 양사의 적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충남 당진시에 해저케이블 내부망을 만들 수 있는 1공장을 완공했으며 올해 상반기 외부망을 생산하는 2단계 공사도 완료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해저케이블 수요량은 6만㎞로 지난해 1만2000㎞ 대비 5배 증가하지만 공급량은 5100㎞에서 9800㎞로 약 2배 가량 느는데 그친다. 전선업계로서는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매력적인 시장인 셈이다.
해저케이블을 둘러싼 양사의 갈등은 경찰 수사에 그룹간 신경전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경찰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가 건축사무소를 통해 대한전선에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대한전선과 건축사무소 관계자 등을 형사 입건하고 지난해 11월까지 대한전선을 세 차례 압수수색했다. 이 건축사무소는 2008~2023년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1~4동) 건축 설계를 전담했으며 이후 대한전선 당진공장 건설을 맡았다.
한편 대한전선을 보유한 호반그룹은 LS전선의 모회사인 LS 지분을 소수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반그룹이 LS 지분을 추가 매입해 3% 이상 확보하면 회계장부 열람권과 임시 주총 소집권이 부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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