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인공지능(AI) 글라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태세다. 삼성전자와 확장현실(XR)용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XR’을 개발한 데 이어 시선 추적 기술을 지닌 스타트업 인수 작업도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스마트 안경’을 공개했지만 시장성이 확보되지 않아 출시를 포기했던 구글이 14년 만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구글이 시선 추적 기술 스타트업인 ‘애드호크 마이크로시스템스’를 1억 1500만 달러에 인수하는 협상이 막바지 단계”라고 보도했다. 애드호크는 ‘마인드링크’라는 스마트 글라스를 비롯해 시선 추적 관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주요 투자사 목록에 삼성전자와 인텔, 소니, 레이밴 모기업 에실로룩소티카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스마트 글라스 시장의 선두 주자인 메타도 2022년 인수를 고려했다고 한다. 블룸버그는 “애드호크의 센서는 경쟁 제품보다 사용자 각막과 동공을 저전력으로 더 빨리 분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구글은 2011년 ‘구글 글라스’ 시제품을 선보인 스마트 글라스 시장의 ‘원조’ 격이지만 제품 출시 없이 2023년 관련 프로젝트를 종료시켰다. 하지만 2024년 삼성전자와 XR 기기 개발에 착수하며 관련 프로젝트를 되살리게 됐다.
구글의 스마트 글라스 시장 복귀는 생성형 AI와 저전력 반도체의 급격한 발전으로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디바이스(에지) AI 성능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는 데다 음성과 제스처만으로 사람처럼 명령을 이해 가능한 AI 에이전트가 속속 개발되면서 사용성과 시장성이 개선되고 있다. 경쟁사 메타가 사명을 바꾸면서까지 선제적으로 관련 시장을 개척하며 생태계가 충분히 성숙했다는 점도 구글이 도전장을 다시 내민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구글의 행보는 모바일 대표 파트너인 삼성전자에도 기회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함께 헤드셋형 기기인 프로젝트 무한과 안드로이드 XR OS를 개발해 올 1월 갤럭시 언팩에서 공개한 바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 사장은 언팩 당시 구글과 스마트 글라스 개발 협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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