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를 보호하려면 커버드콜 상품의 토털리턴(보수·세금·수수료 등을 합친 전체 수익률)을 매달 공시하게 해야 합니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커버드콜도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처럼 망가질 수 있습니다.”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금융 당국에 커버드콜 수익률 공시 의무화를 제언했다. 운용사가 당국에 공시 부담을 늘려 달라고 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 부회장은 “과도한 분배금이라는 건 분명 리스크가 있는 만큼 보수를 포함한 각종 비용을 매달 공시하는 방안을 제도화하거나 금융투자협회 주도로 합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는 기초자산을 매수하는 동시에 콜옵션(매수청구권)을 매도해 배당 재원을 마련하는 전략 상품으로 기초자산 상승에 따른 수익은 제한되지만, 하락으로 인한 손실이 반영되는 비대칭적 손익 구조를 갖고 있다. 매달 분배금을 받고 싶은 투자자들이 늘면서 미래에셋운용이 국내서 처음 선보인 이후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했다.
이 부회장은 옵션 프리미엄으로 수익을 꾸준히 창출한다면 실제로 원금이 줄어드는 위험이 커지는 만큼 상품 구조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월 분배금이 많을수록 옵션을 더 많이 팔게 되고, 그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해 누적으로 따지면 분명 리스크가 있다”며 “커버드콜 분배금은 마술로 만드는 돈이 아니라는 점을 투자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커버드콜을 비롯한 파생상품 전문가인 이 부회장은 대우증권·메리츠증권에서 장외 파생상품을 담당하다가 2002년 미래에셋금융그룹으로 합류했다. 2011년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금융공학부문 대표, 2013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멀티에셋투자부문 대표 등을 거쳐 2023년 11월부터 운용 부문의 총괄대표 부회장을 맡고 있다. 대표이사 취임 이후 불과 1년 4개월 만에 TIGER ETF 순자산 규모를 44조 원에서 65조 원으로 늘리는 성과를 냈다.
이 부회장은 최근 ETF 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인 보수 인하 경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지난달 미래에셋운용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100 등 미국 대표지수 ETF 상품 2종의 수수료를 0.0068%로 낮추자마자 삼성·KB·한화자산운용 등 경쟁사들이 맞대응하면서 보수 인하 경쟁이 번졌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은 “보수 인하 경쟁을 주도할 이유가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TIGER S&P와 나스닥에 투자된 자금이 이미 12조 원이 넘기 때문에 보수를 낮추더라도 자금이 들어오는 효과가 크지 않다”며 “점유율을 늘리려고 보수를 인하한 것이 아니라 규모가 큰 상품에서 높은 보수를 받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ETF 시장 1위를 목표로 한다는 건 오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미래에셋운용이 후발 주자는 맞지만 1등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에서 도달하는 결과물이 될 것”이라며 “금융 상품은 제조업 상품과 다르게 광고로 파는 것이 아니고 상품 개발을 통해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종목을 발굴해 적절한 시점에 투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상품에는 적절한 보수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레버리지·인버스 등 투자 위험이 큰 상품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보수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레버리지나 인버스에 투자해 돈 번 사람이 없는데 여기서 운용사가 수익을 챙기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보수 인하로 점유율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내 ETF 시장의 문제점으로는 무분별한 상품 복제를 꼽았다. 이 부회장은 “상품 개발이 ETF에서 가장 중요한 만큼 무조건적인 복제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상품으로 경쟁해야 하는데 마케팅으로 경쟁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금융 상품 투자는 노후를 위해 재산 증식을 하려고 하는 건데 단순히 광고만 보지 말고 상품을 취급하는 운용사 사이트라도 들어가 볼 필요가 있다”며 “운용 업계가 펀드매니저 개인의 역량이 아닌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만큼 투자 규모가 있고 믿을 수 있는 운용사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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