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이 어려운 폐플라스틱을 소량의 바이오촉매로 12시간 만에 분해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세계 최고의 분해 효율을 달성한 것으로 향후 탄소중립·기후변화 대응과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하는 다양한 화학 산업 혁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경진 경북대 생명공학부 교수 겸 자에인 대표와 CJ제일제당 공동 연구팀이 산업 조건에서 페트(PET)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세계 최고 성능의 바이오촉매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페트 플라스틱은 페트병, 의류, 안전벨트, 일회용 컵, 차량매트 등에 다양하게 쓰인다. 대부분 분리수거 후 라벨제거, 분쇄, 세척, 원료화를 거치는 기계적 재활용을 통해 중간제품으로 재활용되나 그 품질이 떨어져 결국에는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실정이다. 대신 화학 반응을 일으켜 플라스틱을 더 잘게 분해하는 물질인 화학촉매를 쓰는 방법이 있지만 역시 원료 오염과 폐기물 발생 등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고성능 바이오촉매 ‘쿠부M12’를 개발해 문제를 개선했다. 바이오촉매는 화학촉매와 달리 자연에서 나무가 썩는 것처럼 생물학적 반응으로 플라스틱을 분해한다. 폐기물 배출이 적고 원료 오염이 적어 재활용 시 품질도 유지된다. 쿠부M12는 0.58g의 작은 양만으로 페트 1kg을 1시간 안에 45%, 8시간 안에 90% 이상, 12시간 안에 거의 완전히 분해한다. 이는 플라스틱 분해용 바이오촉매 중 세계 최고 성능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재활용이 되지 않는 오염된 플라스틱까지도 영구적 재활용이 가능하게 하는 획기적인 기술”이라며 “다양한 화학 산업에서 바이오촉매를 응용한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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