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공지능(AI)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삼성전자에게도 기회가 찾아올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 0%대로 사실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1년 전 발빠르게 진출한 AI폰으로는 점유율을 반등시킬 가능성이 보여서다.
4일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중국의 AI폰 출하량은 260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591% 성장했다. 전체 스마트폰 대비 AI폰 비중도 3%에서 22%로 크게 늘었다. 샤오미, 오포, 비보, 아너 등이 온디바이스(내장형) AI 모델을 개발하고 일부는 바이트댄스 등 빅테크와 손잡으며 AI폰 고도화 경쟁을 벌인 결과다.
눈에 띄는 부분은 삼성전자의 점유율이다. 애플 아이폰이 아직 중국에서 생성형 AI가 탑재되지 않은 가운데 나머지 ‘안드로이드 AI폰’ 중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였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폴더블폰 선점에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0%대 점유율을 면치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AI폰 시장에서 만큼은 어느 정도 현지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 첫 AI폰 ‘갤럭시S24’ 시리즈를 출시한 직후 ‘바이두판 챗GPT’로 불리는 ‘어니봇’을 탑재하고 중국 시장을 공략했다. 애플이 여전히 폐쇄적인 아이폰 생태계 전략을 고수하며 아직도 중국용 아이폰16에 AI를 탑재하지 못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AI폰 시장 초기에 점유율 선점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3분기 삼성전자는 AI 폴더블폰 ‘갤럭시Z6’ 시리즈와 함께 두께를 더 줄인 ‘갤럭시Z폴드 스페셜에디션(SE)’도 한국과 중국 시장에만 내놓기도 했다.
AI폰 시장 성장에 따라 삼성전자가 선점 효과를 바탕으로 점유율을 넓힐 여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7년 AI폰 출하량이 전체 스마트폰의 43% 비중인 5억 5000만 대에 달할 것이고 초기 시장은 삼성전자가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이달 차기 AI폰 ‘갤럭시S25’ 시리즈를 공개한다.
다만 경쟁 역시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 제조사들도 자체 개발한 AI 모델과 퀄컴·미디어텍의 AI칩을 탑재한 AI폰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갤럭시S25보다 먼저 퀄컴 최신형 칩 ‘스냅드래곤8 엘리트’를 탑재하고 다양한 생성형 AI 기능을 제공하는 ‘샤오미15’가 대표적이다. 또 애플 역시 아이폰16 시리즈를 AI폰용으로 개발한 만큼 향후 중국 등 글로벌 아이폰16 사용자들에게 AI ‘애플 인텔리전스’를 배포하는 것만으로도 빠르게 점유율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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