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무안 참사를 계기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정비 부실 문제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LCC들이 엔진 수리와 같은 중정비를 해외에 맡기는 비율이 7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내 항공사들의 정비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정비사 수 증대 등에 더해 중대한 기체 결함을 보수할 수 있는 중정비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국내 모든 LCC가 중정비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것을 고려해 정부가 항공 MRO(유지·보수·정비)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번 참사 원인과 관련, 제주항공의 무리한 운항과 이에 따른 기체 노후화, 정비 부실 가능성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격납고를 보유하고, 엔진 고장 등 중대한 기체 결함을 수리할 수 있는 능력, 이른바 MRO 역량을 갖췄다. 반면 국내 모든 LCC는 항공기 안전에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중정비 역량을 갖추지 못해 국내외에 외주를 맡겨야 한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도 최근 브리핑에서 "일상 정비는 자체 수행하고 중정비는 MRO 업체로 보낸다"면서 "국내에 캠스가 있지만 슬롯(보수공간)이 제한돼 국내에서 일부 수행하고 나머지는 해외 MRO 업체로 보낸다"고 밝힌 바 있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LCC들의 해외 정비 비용은 2019년 3072억원에서 2023년 5027억원으로 63.6% 늘었다. 해외에서 정비받는 비중도 같은 기간 62.2%에서 71.1%로 증가했다. 항공기 결함이 의심될 때 10건 중 7건은 해외에서 수리하는 셈이다. 이번 참사와 같은 대형 항공 사고를 일으키는 중대한 결함은 해외 정비에 기댈 수밖에 없어 LCC들에 대한 정비 부실 지적은 계속해서 제기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LCC들의 정비 역량을 위해서라도 국내 항공 MRO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 세계 항공 MRO 시장 규모는 오는 2034년에는 1241억달러(161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지만 국내 육성 속도는 매우 느린 편이다. 국토부는 지난 2021년 8월 '항공 MRO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올해까지 국내 MRO 정비물량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상은 지난해 4월에야 MRO 클러스터인 '인천공항 첨단복합항공단지' 기공식을 열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들은 대부분 해외 중정비 전문 업체에 수리를 맡겨야 해 비용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비 품질 향상은 항공 안전에 필수적인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