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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불안에···기업들, 전담 조직 만들고 ERP 업그레이드[뒷북비즈]

■커지는 오미크론 공포

LG전자 ‘亞 생산 전초기지’ 베트남 조직 신설

삼성은 ‘차세대 ERP’ 국내외 법인 통합 운영

“기업만으론 한계…정부차원 콘트롤타워 필요”

사진 설명




코로나19 장기화로 공급망 불안이 일상화하면서 기업들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나 인력 재배치, 첨단 공급망관리(SCM) 시스템 도입 등에 나서고 있다.

6일 산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생활 가전과 TV, 전장(차 전자 장비) 등 담당하는 제품에 따라 나뉜 각 사업부마다 공급망 문제를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거나 격상하고 있다.

지난 2019년까지 운영되다 2년 만에 조직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HE사업본부의 ‘TV사업운영센터’는 범용 반도체부터 TV 생산에 필요한 여러 부품을 원활하게 조달하는 업무를 주로 맡는다. 올 한 해 차량용 반도체 부족의 유탄을 맞고 흑자 전환 시기를 뒤로 미룬 VS사업본부는 기존 ‘SCM실’을 ‘SCM담당’으로 끌어올렸다. ‘팀-실-담당-센터-사업본부’ 순으로 커지는 LG전자의 부서 체계상 임원급 인사가 이 조직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여러 곳에서 부품을 수급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모듈 형태로 조립하는 VS사업본부의 성패가 SCM에 달려 있다는 경영진의 판단을 반영한 결정이기도 하다.

생활 가전을 맡는 H&A사업본부는 아시아 지역의 생산 전초기지인 베트남 공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베트남생산담당’ 조직을 새롭게 만들었다. LG전자 관계자는 “큰 윤곽만 정해지고 세부적인 조직 개편 작업이 진행 중”이라면서 “변이 바이러스 확산, 물류대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글로벌공급망 관리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제조 계열사들은 시장 예측부터 부품 구매와 생산, 재고관리, 판매 물류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기업 활동의 전반을 아우르는 최첨단 시스템을 활용해 공급망 이슈에 맞서고 있다. 올해 4월 존재가 일부 드러난 N-ERP가 바로 그것으로, 기존에 사용하던 G-ERP 시스템을 전면 개선해 언제 어디서나 시스템에만 접속하면 실시간으로 자사 공급망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람의 힘만으로는 거시적 레벨의 공급망을 철저하게 분석하기 어렵기에 N-ERP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기능 등을 넣어 실무자들이 환경 변화에도 빨리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현재 동남아시아와 중국 법인,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우선 도입돼 있는 N-ERP 시스템은 몇 차례의 수정과 보완을 거쳐 내년 1월 국내외 삼성전자 법인에 통합 도입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N-ERP는 삼성전자가 20여 년 전부터 공들였던 SCM 최첨단 버전”이라며 “수년 전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온 N-ERP는 각 사업 영역별 모듈로 나뉘어져 있고 분석 툴이나 시각화 툴 등이 다양해 현업에서 공급망 이슈에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담당 부서인 구매기획팀이 유동적으로 인력을 조정하며 공급망 위기에 대해 탄력적인 대응에 나섰다. 현대차는 지난해 와이어링 하네스 수급 차질에 이어 반도체 공급난이 상시화되는 만큼 별도 조직이나 TF를 꾸리기보다는 기존 조직 내에서 인력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가령 동남아 지역에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 구매기획팀원을 급파하는 식이다. 특히 반도체 수급난은 전 국가적 사안인 만큼 대관팀이 정부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정부가 차량용 반도체를 신속 통관하기로 결정한 것은 업계의 강한 요청이 반영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기업 자체적으로 공급망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팬데믹이 촉발한 위기에 대응하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기업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줘야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문일경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기업은 물론 국가에서도 공급망에 불거지는 위험을 분석하고 전략 수립을 담당하는 공급망 관리 컨트롤타워가 있어야만 요소수 사태와 같은 일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며 “공급망 컨트롤타워에서는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내재된 리스크 영향을 평가하고 각 시나리오별로 최적의 공급망 관리 대응 전략을 세우는 위기 대응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서둘러 가시적 행보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 기업의 의존도가 높은 중국에 공급망 관리 협조 요청을 하는 동시에 정부가 이해관계가 맞는 국가들과 ‘공급망 동맹’을 맺고 자원을 무기화하는 국가에 맞서야 실질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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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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