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 장비 회사 큐빅셀이 유리기판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회사가 야심차게 개발한 홀로그램 기술로 반도체·디스플레이 뿐만 아니라 높은 시장 잠재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유리기판 시장까지 진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일 큐빅셀에 따르면 회사는 업계 최초로 유리기판용 '홀로그램' 검사 솔루션 개발을 완료했다. 대만에 본사가 있는 세계적인 반도체 후공정 회사들의 의뢰를 받아 검사 데이터를 수집하고 솔루션 고도화하고 있다. 큐빅셀 측은 "올해 안에 515 x 510㎜ 원장 전체를 계측할 수 있는 기기를 제작해 솔루션 상용화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큐빅셀은 빛으로 만든 3D 입체 이미지인 '홀로그램' 기술을 반도체 검사 장비에 도입한 회사다. 이 장비에는 특허 기술인 'FSH(플라잉 오버 스캐닝 홀로그래피)'가 담겨있다. 학계나 연구 기관에서 연구개발(R&D)용으로 쓰이는 '디지털 홀로그래피' 방식과는 차별화한 것이다. 홀로그램 구현에 필요했던 이미지 센서를 없애 홀로그램 정확도를 높이고, 고질적 문제인 '스패클 노이즈'를 개선했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는 FSH 기술이 유리 기판 검사에 적합한 솔루션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유리기판에 미세한 배선, 즉 유리관통전극(TGV)을 뚫는 전(全) 단계에서 세밀한 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미세 구멍을 본격적으로 뚫기 전 레이저를 이용해 배선 모양을 만들어 놓는 레이저 변형(laser modification) 단계에서부터 검사가 가능하다. 기존 광학 장비로는 2마이크로미터(㎛) 폭의 레이저 변형 결과물을 검수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큐빅셀의 솔루션으로 본격적인 구멍을 뚫기 전부터 기판의 상태를 면밀하게 체크해 공정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구멍을 뚫고 난 후에도 정밀한 검사가 가능하다. 각 구멍이 미세한 균열(마이크로 크랙)이나 울퉁불퉁한 곳 없이 깎였는지에 대한 여부를 5~20배율 이미지를 통해 확보할 수 있다.
검사 속도도 기존보다 빠르다. 큐빅셀은 FSH 기술로 단 1회 이미지 촬영만으로도 3차원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또한 기판의 단면을 절단하거나 파괴하는 기존 방식을 택하지 않으면서도 TGV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큐빅셀 측은 "5배율 촬영 기준으로 유리기판 원장 515 x 510㎜ 영역을 10분 이내에 스캔할 수 있다"며 "여러 장의 이미지를 찍어 데이터를 종합해야 하는 기존 광학 장비보다 훨씬 빠른 속도"라고 강조했다.
큐빅셀이 유리기판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이 시장이 상당히 전도유망하기 때문이다. 유리 기판은 유리에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한 전기 배선들을 뚫고 여러 개의 연산장치·메모리를 얹는 기판이다. 기존 플라스틱 기판보다 얇고 열에 강해 2.5D 패키징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제품으로 분류된다. 글로벌 빅테크 뿐만 아니라 삼성전기(009150), LG이노텍(011070), 켐트로닉스(089010) 등 국내 다양한 대기업 및 소재·부품·장비 업체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유리기판은 새로운 기술이기 때문에 공정 수립 초기 단계부터 세밀한 계측을 하면서 안정적인 수율을 잡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단계에서 다수의 국내외 유리기판 제조사들이 큐빅셀과 FSH 기술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큐빅셀은 삼성전자(005930) 2.5D 패키징 라인,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에 홀로그램 검사 시스템을 납품하면서 차세대 솔루션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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