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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없는 70세 정년은 폭탄…고용경직성 깨면 70대까지 일한다

[창간기획-리셋 더 넥스트]

<1>미뤄둔 미래리스크 - 다가오는 '노동 부족' 시대

韓 노동생산성 40.5弗…OECD 36개국 중 30위 그쳐

10년뒤 인구절벽…연공주의 구조 빠르게 뜯어고쳐야

"은퇴자에 코딩교육 등 일할 수 있는 판 만드는게 우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가 한국에 주문하는 최우선 정책 권고는 노동생산성 개선이다. 특히 경직된 노동시장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고질병으로 꼽힌다. 고령화에 따른 생산 가능 인구(15~64세) 감소로 일각에서는 정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기업 부담만 늘리고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와 근로시간 유연화, 인적 역량을 높이기 위한 직업교육, 성과 기반 인사관리 시스템 등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25일 OECD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0.5달러로 OECD 평균(54.5달러)보다 낮고 36개국 중 30위에 그친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국내총생산(GDP)을 전체 근로시간으로 나눈 지표로 수년째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비스업과 중소기업 생산성은 더 취약하다.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주된 원인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와 경직된 근로시간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 중 호봉제를 채택한 곳은 아직도 5곳 중 3곳(63.4%)이다. 호봉제는 인공지능(AI) 등의 기술 진보와 인구구조 변화에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직된 노동은 노동의 시간을 늘린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1,967시간으로 OECD국가 평균(1,726시간)보다 한 해 241시간을 더 일했다. 미국은 1,779시간, 일본은 1,644시간이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연공주의적인 인사제도, 임금체계, 기업문화가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며 “직무 체계 자체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직무급 중심의 임금체계에서는 연령에 따른 임금과 생산성 차이가 크지 않아 정년제도 자체의 필요성도 낮춰준다.



문재인 정부는 직무급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노조 눈치만 보면서 거북이걸음만 하고 있다. 오히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민간에서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올해 1월 SK하이닉스의 입사 4년 차 직원이 이석희 사장에게 미흡한 보상에 대한 항의 e메일을 보냈고 이달 초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기여한 성과를 제대로 인정해달라”며 성과급 지급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급여가 상승하는 호봉제를 반대하며 직무와 성과에 따른 공정 배분을 요구하는 분위기는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생산성 향상이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10년 뒤면 닥칠 생산 가능 인구절벽이 노동력 부족과 성장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 가능 인구는 2018년 3,764만 5,000명에서 2019년 3,759만 명으로 줄어 처음 감소세로 접어들었고 오는 2050년에는 2,448만 7,000명으로 2019년 대비 34.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인구 중 생산 가능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72.7%에서 2050년 51.2%로 떨어진다. 일본은 생산 가능 인구 감소 7년 후 실업률이 하락하고 20년 후 노동 부족 현상이 본격화했는데 한국은 이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전환이 일자리를 대체하고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서는 근로시간이 짧다 길다를 넘어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것이냐가 과제”라며 “제조업과 정보기술(IT) 업종의 니즈가 다르니 사업장 단위로 근로시간 편성 자유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정년을 65세 또는 70세로 높이는 방법이 정답일까. 노동의 유연성 없는 정년 연장은 자칫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와 청년 실업 문제만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17년 정년 60세 의무화를 도입해도 근로자들이 자신의 주된 일자리를 그만두는 연령은 49.4세로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정년을 65세로 연장할 경우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은 14조 4,000억 원, 보험료 등 간접 비용까지 포함한다면 15조 9,000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서울경제신문의 1990년대생 인식 조사에서도 74.2%가 정년 연장에 동의했지만 취업을 앞둔 27~31세에서는 동의률이 64.4%로 떨어졌다. 정년 연장에 동의하지 않는 25.8%는 청년 일자리 감소(44.2%), 기성세대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시도(21.7%), 60세 이상 고령자의 생산 효율성이 낮음(16.3%) 등을 이유로 들었다.

전문가들은 정년을 실제로 70대까지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제도로 강제한다기보다 자연스럽게 고령층을 생산 가능 인구로 유입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을 푸는 노인 공공 일자리보다 60세 이상 고령자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인 친화형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퇴를 앞둔 40~50대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식으로 고도화된 교육을 통해 자동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로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내년부터 검토할 계획이다. 계속고용제는 60세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 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기업이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제 폐지 등 다양한 고용 연장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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