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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정책·세금
'13조~25조' 소요되는데…총선 눈먼 與野, 나라곳간 안중에 없어

'예산 확대' 정부 동의 필요에도

표심 겨냥 공허한 구호만 남발

기초연금 인상, 청년 월세지원 등

현금성 복지 경쟁에 재정 비상도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기업·소상공인 긴급 금융지원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4·15 총선이 9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정당이 나라 곳간에 대한 고려 없이 표심만을 겨냥한 선심성 공약을 대거 쏟아내고 있다. 여야는 당정청 협의를 통해 ‘소득 하위 70% 이하 가구’로 대상을 제한한 긴급재난지원금의 수혜자를 모든 국민으로 확대하자고 주장하는가 하면 기초연금 인상, 월세 거주 청년에게 월 20만원 지급 등과 같은 ‘현금성 복지’ 경쟁에 일제히 뛰어들면서 미래세대가 고스란히 빚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황교안 “1인당 50만원” 제안에 與도 “모든 국민 확대”=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부산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은 지역·소득·계층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을 국가가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총선이 끝나는 대로 당에서 이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 국민 전원이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자기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에서 발표한 4인 가구 100만원을 기준으로 모든 국민에 지급할 경우 4조원 정도가 추가된 13조원 내외의 재원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 40만원, 2인 60만원, 3인 80만원, 4인 100만원이라는 금액을 유지하되 대상자를 하위 70%에서 전 국민으로 넓히자는 의미다.

정부가 당정청 회의를 거쳐 지난달 30일 소득 하위 70%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밝힌 지 일주일 만에 여당이 ‘국민 100% 지급’ 카드를 꺼낸 것은 우선 지원금 기준과 관련한 여론의 반발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최근 소득이 급감했음에도 2018년 소득을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으로 삼으면서 지원금 대상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있는 자영업자나 지원금 기준선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나 있는 1인·맞벌이 가구를 중심으로 불만이 들끓고 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에는 이날도 자신의 건보료를 조정해달라는 민원이 쇄도했다.

이와 함께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전날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1인당 50만원씩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한 것도 여당의 ‘노선 변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긴급재난지원금이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자칫 ‘이슈 경쟁’에서 밀릴 경우 곧바로 선거 필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당정의 재난지원금은 매표 행위”라고 비난하던 통합당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당정청 협의 과정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수혜자를 전 국민의 절반인 ‘중위소득 100% 이하’로 한정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민주당이 대상 확대를 주장하면서 ‘소득 하위 70% 이하’로 결정된 바 있다.



◇與 13조 vs 野 25조…재정건전성 악화 불가피=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여야의 제안이 공허한 선거용 구호로 들리는 것은 재원에 대한 고민이 전혀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당과 야당의 공약대로라면 각각 13조원과 25조원이 들어가므로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증액을 해야 하는데, 정부가 제출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국회의 권한이지만 늘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헌법 제57조에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즉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동의가 없이는 2차 추경으로 불어난 재원을 조달하기는 불가능하다. 기재부는 현재 소득 하위 70%에 가구당 100만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2차 추경에서 기존 사업 지출구조조정으로 7조1,000억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소득 하위 70%로 늘리는 방안도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반대를 했었는데 어떻게 전 국민에 지급할 수 있겠냐”면서 “재원에 대한 고려가 선행돼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차 추경을 기준으로 10조3,000억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기로 하면서 국가채무는 815조5,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세입여건이 악화하는데다 향후 2차 추경 또는 3차 추경에서 적자국채를 또 찍으면 나라살림은 극도로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은 가운데 대규모 현금 지원이 더해지면 세수 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미래세대에 세금 폭탄을 떠넘기는 포퓰리즘 공약을 지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각 정당은 긴급재난지원금 외에도 현금 복지 등의 선심성 공약을 무차별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은 복지 분야 공약에서 2021년까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는 하위 20% 저소득층에만 30만원이 지급되고 나머지 대상자는 25만원씩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정의당은 월세를 내면서 사는 모든 청년에게 월 20만원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또 통합당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를 경감하겠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맞서 중산층의 세금 부담 완화를 위해 고가주택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나윤석·박형윤기자 세종=황정원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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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5 09:09:57시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