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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0 vs 1.5조…대기업마저 단기사채로 내몰려

[3월 회사채 발행 4.8조...4년來 최저]

SK에너지 단기채 발행 3배 가까이 늘려

한진칼·OCI·한화 등 보유현금으로 상환

대림산업·포스코에너지 등 발행 무기연기

CB·ABS·영구채 조달해 급한불 끄기도

3조원 유동성 지원에 금리는 소폭 상승





지난해 2월 5,000억원 등 SK에너지는 1조원(2019년)을 회사채를 통해 조달했다. 신용등급 AA+로 발행조건도 좋아 당연히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전단채)는 자제했다. 그랬던 SK에너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자 단기사채의 자금 조달을 늘리고 있다. SK에너지는 3월까지 1조5,850억원의 단기사채를 썼다. 지난해 6월까지 6,400억원을 발행한 것에 비하면 세 배에 육박한다. 이뿐 아니다. CP 발행 이력이 없던 SK종합화학도 3,300억원의 어음을 끊었다. SK와 SK건설도 각각 100억원, 200억원을 단기자금시장에서 조달했다. 대기업마저 단기사채로 몰리는, 코로나19가 가지고 온 이상 현상이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시적 현상일지, 더 지속될지는 산업은행 등이 풀 3조원이 불을 끌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대기업들도 어음에 손을 댈 정도로 회사채 발행시장은 뒤틀려 있다. 무엇보다 발행 규모가 급감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발행된 회사채는 총 4조8,888억원 규모로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투심이 급랭했던 지난 2016년(3조1,402억원) 이후 가장 낮다.

저금리가 고착화되면서 최근 몇 년간 기업들은 막대한 규모의 회사채를 찍어 자금을 조달했는데 발행시장이 삐걱대자 신규 발행을 통해 차환을 해왔던 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심할 경우 상환을 하지 못해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다음달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는 연중 최대 규모인 6조5,495억원이나 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일 수 있지만 하나은행과 포스코 계열 발전사인 포스파워 등 우량기업들까지 수요확보에 실패한 것은 좋지 않은 신호였다”고 말했다. 3월 말 회사채 시장이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요인이기도 했다.



기업들은 고육책으로 위기를 넘기고 있다. 회사에 현금이 있던 한진칼(180640)과 OCI·한화에너지 등은 만기도래분을 일단 보유자금으로 상환했다. 차환 발행을 준비하던 대림산업과 포스코에너지·SK렌터카도 계획을 무기한 미뤘다. 하이트진로(000080)와 호텔신라·CJ대한통운(000120)·한솔테크닉스·보령제약 등도 다음달 발행 계획을 보류하고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좀처럼 쓰지 않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신용등급이 ‘A’에서 ‘BBB’로 떨어진 현대로템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6,228억원 규모의 ABS를 발행해 급한 불을 껐다. 현대오일뱅크도 같은 날 2,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사모로 조달했다. 현금이 들어오면서 CP 잔액은 줄였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리 변동성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선제적 조치다.

코로나19가 조기에 수습될 가능성도 낮다. 금융시장이나 기업들이 정부의 시장안정화정책만을 기다리는 이유다. 이날 정부가 산업은행 등을 통해 최대 3조원의 유동성을 사채시장에 풀겠다고 발표하면서 빠르게 오르던 금리는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다만 IB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채안펀드 자금이 들어오면 수급적 부담은 완화될 수 있으나 회사채는 기업 펀더멘털 우려가 있어 아직 시장안정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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