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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멀어진 '한국판 와이키키' 꿈…양양 리조트 개발 줄줄이 중단

[가양동 CJ부지 개발 좌초]

◆ 지역 건설시장도 PF쇼크 직격탄

하조대 리조트·카펠라 양양 등

부동산 침체·고금리 여파에 난항

높은 토지비용·공사비 인상 부담

양양군 올 숙박시설 인허가 0건







강원도 양양 일대의 리조트 개발 사업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한파로 인해 줄줄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해안가를 중심으로 추진되던 대형 럭셔리 리조트 프로젝트가 공사비를 구하지 못해 잇따라 좌초하는 가운데 호텔이나 레지던스 등 숙박시설 개발 움직임도 뚝 끊긴 상태다. 올해 들어 양양군의 숙박시설 인허가 실적 역시 한 건도 없다.

26일 부동산 개발 업계에 따르면 ‘마스턴 제140호 양양PFV’는 양양 하조대 인근 5만 1751㎡(약 1만 5654평) 토지를 매각 중이다. 두 달 넘게 브리지론 대주단에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사업장이다. 토지를 사들이기 위해 끌어들인 브리지론은 750억 원으로 선순위에 지역 농협이 500억 원, 후순위에 우미건설이 250억 원 규모로 참여했다.

마스턴PFV가 한국판 와이키키를 조성을 목표로 추진하던 하조대 프리미엄 리조트 조감도. /사진=마스턴투자운용


이곳에는 당초 지하 2층~지상 10층, 연면적 약 16만 5300㎡(5만 평)에 달하는 프리미엄 리조트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조대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해양 레저와 휴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한국판 와이키키’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마스턴과 위탁 운영을 논의하던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기존 자사의 고급 브랜드인 ‘르씨엘’보다 높은 등급의 신규 브랜드를 이곳에 선보이기로 했었다.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며 접근성이 높아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에서다.

서퍼비치와도 가까운 양양 하조대 일대는 낮에는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밤에는 디제잉 파티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가득해 MZ세대들에게 스페인의 이비자 섬을 빗대 ‘하비자(하조대+이비자)’로 불리는 곳이다.



마스턴PFV는 2022년 약 700억 원을 들여 토지를 매입했다. 이듬해 착공을 시작해 2026년 완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사업은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본PF 전환을 통한 공사비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PFV 주주로 참여 중인 마스턴투자운용도 브리지론 이자 지급 등을 위해 약 60억 원을 대출 형태로 지원해왔다.

시행사 아윰이 추진하는 ‘카펠라 양양’도 답보 상태다. 양양군 손양면 송전리 일원에 5만 8000㎡(1만 8000평) 규모로 들어서는 럭셔리 비치 리조트로 2022년 10월 착공식을 했지만 실제 착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존 시공사로 선정했던 태영건설과의 계약도 이미 해지한 상태다. 당초 세계 3대 리조트이자 국내 최초의 6성급 숙소로 기대를 모았지만 개발 사업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이 무기한 미뤄지고 있다. 이밖에 리건종합건설이 양양군 현남면 임호정리에 시행하는 ‘양양 샤르망 골프리조트’ 역시 지난해 9월 착공 예정이었으나 본PF 전환이 어려워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공사비 미지급으로 시공사가 유치권 행사 중인 양양군의 한 개발 현장


초대형 리조트가 아닌 호텔이나 생활형숙박시설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원도 양양군 숙박시설 인허가 실적은 △2020년 51건 △2021년 63건 △2022년 75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46건으로 감소한 후 올해 들어 지금까지 한 건도 없는 상태다.

PF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브리지론 상태에서 좌초한 사업장도 많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양양군 토지 경매 건수는 △2020년 52건 △2021년 88건 △2022년 55건 △2023년 98건으로 늘었다. 올해도 4월까지 31건 경매가 진행돼 이 같은 추이가 계속될 경우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에서는 양양 지역에 몰아친 PF 한파가 더욱 매서운 이유에 대해 사업성이 지나치게 낮아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서퍼비치를 중심으로 관광 수요가 여전함에도 높은 토지 비용과 공사비 인상으로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개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코로나19로 관광 수요가 국내로 몰리면서 양양을 비롯한 동해안권 땅값이 크게 올랐다”며 “부동산 호황기에 비싼 가격으로 토지를 매입한 데다 공사비까지 30% 이상 오른 만큼 기존 사업 구조로는 개발 이익을 낼 수 없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개발 사업이 활황이던 2022년 양양군 땅값은 전년 대비 3.935% 올라 강원도 땅값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 자치구 중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서초구(3.982%)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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