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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동향
재정 의존한 '소주성'의 민낯…민간 기여도 0.5%P 그쳐

복지 확대에 정부 소비만 늘어

명목GDP 증가율 1%대 그칠듯

정부 "반등 계기 마련" 자화자찬

전문가들 "기업 투자 유인해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2.0% 성장률이라는 최악의 경제성적표를 받게 된 주요 원인으로 수출 부진 등 대외 경제여건 악화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이어온 반기업 정책이 꼽힌다. 지난해 미·중 간 무역분쟁과 반도체 시장 침체 등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 주52시간 제도 시행과 상대적으로 높은 법인세 등이 기업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지적이다. 추가 하향 우려 속에서 그나마 2.0%라도 달성할 수 있었던 건 연말 정부의 복지·건설투자 등 재정지출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주도의 경제 성장은 한계가 명확하므로 하루빨리 친기업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설투자 10년 만에 밑바닥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19년 4·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민간부문 투자의 실종이다. 지난해 설비투자(-8.1%)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였다. 정부가 성장률 사수를 위해 재정을 쏟아부으며 총력을 다한 4·4분기에도 설비투자는 전년동기대비 -4.2%로 여전히 마이너스 흐름을 보였다. 미·중 간 무역분쟁과 브렉시트, 홍콩 사태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져 전세계 교역여건이 악화한 가운데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석유제품 수출이 감소했다. 한은과 정부는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2% 중반대의 성장을 자신했지만, 기업 등 민간투자가 위축되며 성장 엔진이 급격히 식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0% 성장률은 반시장적인 정책으로 기업을 옥죈 결과”라며 “정부가 2년 동안 감세·규제완화 정책을 펴지 않고 그 반대로 증세·규제강화에 더해 복지 지출을 늘렸으므로 성장세가 둔화한 것은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연간 건설투자(-3.3%)도 2018년에 이어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4·4분기 건설투자는 전년동기대비 0.5% 소폭 성장했으나 이마저도 민간이 아닌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기여도가 대부분이다. 한은 경제통계국 관계자는 “도로와 상·하수도, 문화·체육시설의 건설·보수 등 생활밀착형 정부주도 투자 지출이 크게 늘었다”며 “민간 부문의 건설투자가 어느 정도인지는 3월 잠정치 발표 때 정확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3월 발표될 지난해 명목 GDP 증가율은 1%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성장률은 기준연도 가격을 적용하는 실질 GDP 증가율을 사용하지만 명목 GDP는 해당 연도의 시장가격이 반영되기 때문에 체감경기에 더 가깝다. 한은은 “GDP 디플레이터가 계속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어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3·4분기까지 명목성장률이 1%가량 됐기 때문에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정이 가까스로 받친 성장

불확실한 대외 환경과 치솟는 인건비, 소득주도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투자와 내수가 힘을 못 쓰는 가운데 정부소비가 가까스로 성장을 지탱했다. 지난해 4·4분기 업무운영비·사업비와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정부소비는 전분기대비 2.6% 증가했다. 연간으로는 정부소비가 전년대비 6.5% 늘었다. 반면 민간소비와 수출은 각각 1.9%와 1.5% 증가하는데 그쳤다. 경제주체별 성장기여도를 봐도 정부기여도가 1.5%포인트인 반면 민간기여도는 0.5%포인트다. 정부가 지난해 469조9,000억원에 달하는 슈퍼 예산안에 일자리 추가경정예산까지 쏟아냈지만, 그 결과는 10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산업별로 봐도 정부가 예산을 집행한 의료보건·복지 산업만 큰 증가세를 보였다. 의료보건·사회복지 산업은 지난해 전년대비 8.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4·4분기에는 투자가 집중되면서 전년동기대비 6.9%의 성장을 나타냈다. 반면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은 1.4%의 낮은 성장세를 보이며 전년(3.4%)대비 2%나 낮아졌고 서비스업 성장률도 2.6%로 전년 3.2%에 비해 0.6%포인트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성장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현재 정부가 확장적 통화·재정정책으로 거시 분야에는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유동성이 소비나 투자 쪽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미시 분야에서 정책을 펴 기업투자 활성화와 중산층의 구매력 증대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복지 분야로의 재정 투자는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0.4%를 보였다. 유가 상승 등 교역조건 악화로 인해 경제성장률을 한참 밑돈 수치다. 한은은 이날 속보치를 토대로 환율을 고려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2,000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성장률이 낙관할 일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시각과 달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인천 소재 정밀화학소재기업을 방문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를 주재하며 “2% 성장은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지켜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홍 부총리는 “2%대 성장을 통해 시장의 우려를 차단했고 경기 반등 발판 마련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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