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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간다] '정밀한 로봇팔' 미세한 신경·혈관 틈서 환부 정확히 포착…의료사고·수술시간 줄여

■ KIST 중재시술로봇 '닥터허준'

美 '모나크''이온' 이어 개발

인허가 등 거쳐 2년내 상용화

햅틱기술로 힘 강약·방향 조작

방사선피폭도 절반 정도 낮춰

가격 7억대로 외산 대비 ⅓ 수준

국내외 중소병원에도 보급 목표

이득희 KIST 의료로봇연구단장이 정밀시술로봇 ‘닥터허준’으로 척추 모형에 시술도구를 삽입하는 동작을 시연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이득희 KIST 의료로봇연구단장이 중재시술로봇 ‘닥터허준’으로 척추 모형에 시술도구를 삽입하는 동작을 시연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지난해 3월 의료기기산업계에 신기술의 빅뱅을 예고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기업 아우리스헬스가 척추디스크 치료 등을 위한 시술로봇 ‘모나크’를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얻었다는 내용이다. 올해 2월에는 다국적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이 아우리스헬스를 34억달러에 인수하려고 한다는 뉴스까지 나왔다. 중재시술로봇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다국적 기업이 내다보고 원천기술을 선점하려 한 것이다. 뒤이어 미국의 의료기기제조사 인투이티브서지컬도 중재시술로봇 ‘이온’의 FDA 승인절차를 밟고 있다.

대한민국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최근 시제품을 완성한 중재시술로봇 ‘닥터허준’이다. 이득희 의료로봇연구단장은 “지난해 카데바(해부용 시신)로 닥터허준의 ‘전(前)임상시험’을 성공했고 현재 임상시험 등과 관련한 인허가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며 “인허가는 이르면 2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예상 일정대로 인허가 절차를 마치게 되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상용화되는 중재시술로봇이 될 수 있다고 이 단장은 기대했다.

중재시술은 신체 피부를 아주 조금만 절개한 뒤 내시경·엑스레이와 같은 영상의료기기를 몸속에 집어넣어 환부를 치료하는 방식이다. 흔히 척추 디스크를 비롯한 신경외과 분야 질환에서 애용된다. 시술도구가 정상 경로에서 불과 몇 ㎜ 정도만 벗어나도 중요한 신경·혈관 등을 건드려 중대한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정밀한 로봇을 이용하면 이 같은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이 단장은 “아무리 뛰어난 의사라도 인간의 동작은 1㎜ 단위로 제어되기 어렵지만 닥터허준은 오차범위 1㎜ 이하 수준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닥터허준을 이용하면 1시간 이상(복강경 시술 기준)이 걸리던 시술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또한 수술대에 누운 환자를 상하좌우로 돌려가며 엑스레이 사진을 촬영했던 기존 시술법에 비해 닥터허준을 이용하면 위아래 방향에서만 촬영하면 돼 환자와 의료진의 방사선 피폭 정도를 약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국산 중재시술로봇 ‘닥터허준’의 시스템 구성도./이미지제공=KIST


본지가 지난 3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KIST를 방문해 닥터허준의 시연을 보니 실제로 정밀도가 상당했다. 우선 길잡이 역할을 하는 로봇팔인 가이드암이 시술도구인 ‘자동카테터’ 로봇을 정확한 시술 위치로 이동시킨다. 내시경 및 레이저 절개도구 등을 장착한 자동카테터는 이어서 약 3㎜ 크기로 피부를 절개한 뒤 모형 척추의 꼬리뼈 부근으로 삽입된다. 카테터는 척수를 둘러싼 외피(경막)와 주변 조직 사이의 미세한 틈(외강)을 비집고 들어가 정확하게 환부를 찾아내 치료하는 것으로 시연했다. 실제 임상일 경우 해당 카테터의 조종은 시술대에서 2~3m 떨어진 자리에 앉은 시술 의료진이 맡게 된다. 시술자는 환자의 체내를 3차원 영상으로 보여주는 가상현실(VR) 모니터를 보며 정밀하게 시술 부위까지 카테터를 삽입한 뒤 치료작업을 할 수 있다. 이때 카테터 로봇의 조종은 햅틱기술이 적용된 마스터컨트롤 장치를 통해 원격으로 이뤄진다. 햅틱기술 덕분에 시술자는 마치 손으로 직접 환부를 만지는 것처럼 정밀하게 힘의 강약과 방향 등을 컨트롤 장치를 통해 느끼며 조작할 수 있다.

KIST가 개발한 ‘닥터허준’을 이용해 지난해 8월 해부용 시신으로 척추질환을 치료하는 전(前)임상시험을 하는 모습./사진제공=KIST




이날 시연된 카테터 시제품은 돌출돼 신경을 누르는 척추디스크를 레이저로 태워 제거하거나 약물을 주입해 척추디스크의 유착을 풀어주는 기능을 갖췄다. KIST 측은 이 같은 척추외강 시술 이외에도 광범위한 중재시술 범위에 사용될 수 있는 만능 플랫폼으로 닥터허준을 개발하겠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닥터허준은 현재 비강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해 뇌종양을 제거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발 완료됐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 안구시술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개발진의 포부다. 안과시술용 로봇이 개발된다면 세계 최초가 된다.

지난 3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KIST 의료로봇연구단에서 중재시술로봇 ‘닥터허준’이 치료동작을 시연하는 모습. 로봇팔에 달린 얇은 관 모양의 시술도구(카테터)를 척추모형 등에 삽입해 디스크질환을 치료하는 시연장면이다. /이호재기자


이 단장은 “닥터허준을 상용화할 경우 판매가격을 대당 7억원 정도로 잡으려고 한다”며 “해외의 수술로봇이 20억원, 30억원대에 달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전했다. 이 정도 가격이면 대당 수십억원씩 하는 기존의 수술로봇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대다수의 국내외 중소형 병원들도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지방 중소병원들에는 수술·시술로봇 보급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만큼 가격 경쟁력만 갖춘다면 해외 수출에도 승산이 있다고 개발진은 보고 있다. 또한 의료로봇 단가가 국산화를 통해 저렴해지면 그만큼 시술비용도 낮아질 수 있어 환자들의 의료복지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닥터허준 시스템은 가이드암과 카테터로봇, 마스터컨트롤, VR내비게이션·내시경·엑스레이의 세 가지 영상모니터, 훈련시뮬레이션 장비를 하나의 세트로 개발됐다. 기존의 복강경 시술 등은 시술자만 임상을 체험할 수 있어 다른 의료진을 교육·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지만 닥터허준은 훈련시뮬레이션 장비를 두고 있어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닥터허준의 구성품 중 가이드암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국산화됐다. 가이드암도 3월 ‘로봇이 간다’ 1편을 통해 소개됐던 토종모듈 로봇팔 ‘모드맨’을 적용하면 국산화할 수 있다고 KIST 개발진은 설명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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