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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64번 외친 이창용…'환통위'가 된 이유 [Pick코노미]

[달러만 논의한 올해 첫 금통위]

"금리로 잡으려면 2~3%P 올려야"

환율 안정 위한 인상론에 선그어

집값까지 고려 당분간 동결 시사

금통위원들 의견도 매파적 선회

"연내 인상" "1회 인하" 해석 분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15일 올해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주요 화두는 단연 환율이었다. 금통위가 금리를 연 2.5%로 유지한다고 발표한 직후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이번 금리 동결의 중요한 이유였다”고 직접 밝혔다. 이 총재가 이날 간담회에서 환율을 언급한 횟수만 64번에 달한다. 이 총재는 고환율과 물가, 집값 리스크 등을 고려해 당분간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을 시사하면서도 환율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최근 고환율 배경에 대해 이 총재는 “한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의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국민연금이 꾸준히 환 헤지를 하고 있고 대기업도 외환을 들여오고 있지만 환율이 내려가면 개인 투자자들이 달러를 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환율이 수급의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던 한은이 사실상 동결 기조로 전환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 표현을 아예 삭제했다. 지난해 10월 통방 때는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것’, 지난해 11월에는 ‘금리 인하 여부 및 시기를 조절하겠다’고 밝혀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이 부각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인하 문구를 없앴다.

개별 금통위원들의 의견도 더욱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선회했다. 이날 금리 동결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향후 3개월 내 금리 동결을 전망한 금통위원은 6명 중 5명이었고, 인하 전망은 종전 3명에서 1명으로 대폭 줄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은이 연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환율 상승을 촉발하고 있어 한국이 선제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 총재는 환율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금리로 환율을 잡으려면 한 2∼3%포인트 올려야 하는데 그러면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시장에 과도하게 유동성이 풀려 환율이 올랐다는 일부 학계의 분석에 대해서는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총재로 취임한 후 가계부채를 줄이려 노력했고 그 결과 광의통화(M2)가 늘어나는 추세가 멈췄다”며 “한은이 돈을 너무 많이 풀어서 환율이 올랐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M2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2~3배로 높아 유동성이 과도하다고 하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이론”이라며 “계속 얘기하면 감정이 올라와 대답을 잘 못할 것 같다”고도 했다.

향후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서울 주택가격 상승률이 연율 10%에 이르는 높은 수준”이라며 “금리를 동결했다고 해서 부동산 경기가 완전히 잡힐 거라 생각하지는 않고 있으며 정부의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금통위 결정을 둘러싼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하 기조가 종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연내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장이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기조가 약화된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하반기에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어 연내 1회 인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원·달러 환율은 각종 변수에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다가 올 들어 처음으로 하락 마감했다. 14일(현지 시간)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의 원화 약세 관련 구두개입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5원 내린 1465원에 장을 시작했다가 해외 주식 투자를 위한 저가 매수세 유입 등으로 1472원을 찍었다. 이후 한은의 금리 동결 여파로 일부 낙폭을 만회해 전날보다 7.8원 내린 1469.7원에 오후 장을 마감했다.

이날 금리 인하 기조를 종료할 것을 시사하면서 채권시장은 약세를 보였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실상 소멸되면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나와 금리가 일제히 인상(채권 가격 하락)됐다.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중 급등해 3.1% 선까지 치솟은 뒤 전 거래일 대비 9.4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090%에 마감했다.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한 3년물이 크게 움직인 배경에는 외국인의 국채선물 대규모 순매도가 자리했다. 장중 외국인은 매파적으로 해석된 이창용 한은 총재의 금통위 기자간담회 종료 이후 매도를 더욱 확대하며 3년물 국채선물을 대거 팔았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만 3만 5129계약을 순매도해 역대 3위권 규모를 기록했다. 이 밖에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3.493%로 7.5bp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급등을 한은의 통화정책방향 전환이 본격 반영된 결과로 본다. 실제로 이날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 문구가 삭제됐으며 인하를 주장해 온 금통위원 수가 소수로 축소되면서 인하 기대가 급속히 줄었다는 분석이다.

이날 이 총재가 밝힌 포워드 가이던스를 보면 금통위원 5명은 향후 3개월 내에도 금리가 동결될 필요가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금리 인하를 지지한 위원은 1명에 그쳤다.

한은이 금리 동결의 근거로 고환율과 금융안정 리스크를 되풀이해 강조한 점도 매파적 해석에 힘을 실었다. 이들 요인은 단기간에 완화되기 어려운 변수로 꼽힌다. 이에 시장은 한은이 당분간 동결을 유지하되 상황이 갖춰지면 물가 안정에 방점을 두고 원론적으로 금리 인상도 검토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경기 판단 변화도 눈길을 끈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은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향후에는 상방 리스크가 더 크다고 진단했다. 다음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경기 둔화를 이유로 한 추가 금리 인하 명분은 사실상 소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혜영 LS증권 연구원은 “환율과 금융 안정 문제는 1~2개월 내에 해결될 사안이 아닌 만큼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테이블에서 내려갔다”며 “동결 이후 다음 스텝은 인하보다는 인상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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